이준석, '새 정치' 상징으로…당원들도 '안정보다 변화' 힘실어
갈등수습·野통합 지상과제…당직 인선 첫 시험대

국민의힘이 11일 36세 이준석 후보를 새 당대표로 선택하며 한국 정치사의 신기원을 열었다.

원내 경험이 없는 이 대표는 변화를 갈구하는 시대의 바람을 타고 본경선에서 격돌한 도합 18선의 중진 4명을 꺾는 초유의 이변을 일으켰다.

차기 대선을 9개월 남겨둔 이 대표 앞에는 보수진영의 화합을 이끌고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놓여있다.

◇ 이준석표 새 정치
이 대표는 "정치하면서 1등은 처음"이라고 했다.

10년 전 '박근혜 키즈'로 처음 여의도 땅을 밟은 그가 선배들의 정치 문법에 균열을 일으키고서 얻은 값진 성과다.

이 대표가 지난달 초 "당 대표에 진지한 관심을 두고 도전할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을 때만 해도 그의 당선을 진지하게 예상한 이는 없었다.

그러나 돌풍은 거셌다.

레이스 초반 일부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이 대표의 저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시하기 어려운 대세를 형성했다.

예비경선을 단연 1위로 통과한 뒤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그럴수록 대중은 이 대표에게 더 열광했다.

이 대표는 캠프 사무실, 지원 차량, 홍보 문자가 없는 3무(無) 선거운동으로 신선하다는 평을 듣는 동시에, 불과 사흘 만에 후원금 1억5천만 원을 모으는 팬덤을 과시했다.

부모뻘 경쟁 주자를 향한 '돌직구' 발언들은 기성 정치인의 고루한 어법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뜻밖의 청량감을 가져다줬다.

이 대표는 다년간의 방송 경험을 바탕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잔 실수를 하지 않는 노련함을 보여 경륜 부족의 새 정치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를 불식하기도 했다.

◇ 민심 따라간 당심
이 대표는 50%에 가까운 역대 최고 당원 투표율을 두고 "어느 때보다 개혁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높은 관심과 참여가 과감한 혁신에 대한 열망의 증거라는 얘기다.

애초 당원 투표를 70%, 여론조사를 30% 반영하는 본경선에서는 조직을 오래 다져온 중진들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심이 민심과 괴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경선에서는 풀뿌리 조직이 탄탄한 영남권에서조차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지령'이 잘 먹히지 않을 정도로 동원 표가 맥을 못 춘 것으로 전해졌다.

시작은 젠더 논쟁이었다.

성의 역차별을 호소하며 '남녀 공정'을 외치는 '이대남'(20대 남성)이 그들의 우군을 자처한 이 대표에 호응했고, 그 사소한 씨앗이 신구 대결 구도에 힘입어 2030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로, 전 연령층의 고른 지지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특히 비교적 고령인 골수 보수층마저 '안정보다는 변화'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점이 눈에 띈다.

두 달 전 4·7 재보선에서 중도 확장을 넘어 세대 확장의 희망을 목격한 보수 진영의 전통적 지지층이 정권교체를 위한 회심의 카드로 이 대표에 대한 전략 투표에 나섰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 대선 승리까지 첩첩산중
4·15 총선 참패로 공중 분해됐던 지도부는 이날 이 대표 당선으로 정식 재건됐다.

반복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당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이 그의 첫 과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구태, 꼰대, 적폐의 프레임에 갇히면서 연전연패했던 당이 이준석 체제 출범으로 일단 환골탈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생겨난 갈등과 분열을 수습하고, 당 안팎에 흩어져 있는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내는 역할을 이 대표는 요구받고 있다.

이 대표는 당선이 가시화되면서부터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이제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해왔다.

당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안고 대선 승리라는 성과로 보답하겠다는 포부다.

첫 시험대는 당직 인선이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특정 대권 주자와 가깝다는 이유로 공격받아온 이 대표는 적재적소의 인사를 통해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야권 통합은 지상 과제로 꼽힌다.

'대선 버스'를 정해진 시간표대로 출발시키되 국민의당과의 합당, 외부 주자들의 영입 등을 통해 지지층을 최대로 결집했을 때만 비로소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