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KO시킨 이준석 화법

100자 안팎 SNS용 메시지
10분 만에 직접 '뚝딱' 작성
하버드 시절 오바마 연설 암송…짧고 명확한 'MZ세대 화술'

만찬 자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해 듣자 곧바로 자신의 태블릿PC를 꺼낸다. 시시각각 ‘핫뉴스’를 확인하는 ‘이슈링크’에 접속해 여론 동향을 살핀 뒤 SNS에 소감을 올린다. 내용은 서너 줄인데, 우주복을 입고 국민의힘 깃발을 꽂는 익살스런 ‘짤’(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사진)이 따라붙는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단 10분. 글이 여기저기로 퍼지자 신문, 방송 등 전통 미디어들이 가세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 경선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지난달 16일, 당시 만찬에 동석했던 김재섭 전 최고위원이 들려준 일화다. 두 살 차이의 후배인 김 전 최고위원은 “기성 언론이 놓치는 사회 이슈와 불만을 빠르게 파악한 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며 “디지털로 바뀐 세상의 흐름에 가장 적합하게 적응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의 정치에서 메시지는 가장 중요한 무기다. 그의 말과 연설은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짧고 명확하며 신속하다는 특징이 있다.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글은 보통 100자 안팎이고, 이슈에 대한 대응도 빠르다. 2030(20대·30대)으로 대표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통법을 닮았다. ‘침묵은 금’, ‘겸손의 미덕’ 등을 강조하는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MZ세대는 이런 태도에 오히려 환호한다.

이 대표는 기존 정치인들이 ‘혹여나 논란을 부를까’ 말섞기를 꺼리는 남녀 젠더갈등 문제에도 정면승부한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에 대해 “정부 정책을 위해 수년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땀 흘린 개인은 희생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전체주의”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들고 나온 게 여성할당제 폐지다.

정치인의 명연설 내용과 메시지 구조에 대한 관심도 많다. 미국 하버드대 재학 시절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암송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 시절 오바마의 연설은 MP3 플레이어의 재생 목록 1번이었다”며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치밀한 전개 구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동훈/성상훈/좌동욱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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