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을 수사 의뢰하면서 의혹 규명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주축이 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몫으로 넘어갔다.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여당 봐주기’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특수본은 9일 권익위로부터 민주당 의원과 그 가족의 투기 의혹 관련 자료를 건네받았다. 특수본은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권익위가 수사 의뢰한 대상을 혐의별로 보면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김한정·서영석·임종성) △농지법 위반 의혹(양이원영·오영훈·윤재갑·김수흥·우상호) 등이다.

특수본은 권익위의 민주당 국회의원 대상 조사와 별개로 그동안 국회의원 14명(뇌물혐의 포함 17명)을 내사·수사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포함된 의원 12명 중 6명은 기존 수사 대상과 중복된다.

관심은 특수본이 앞으로 수사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쏠린다. 지난 3월 출범한 특수본은 그동안 “고위공직자 수사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사인력 1560명을 투입했지만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1명도 구속하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민주당 소속인 양향자·양이원영 의원을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입건했다. 반면 강기윤·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해 ‘여당 봐주기’란 지적이 나왔다.

이번 수사 결과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부 의원의 혐의가 인정되면 지난 4·7 재·보궐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와 같이 대선 국면에서 핵심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당에서 “국민의힘 의원도 전수조사를 받으라”고 주장하는 만큼 특수본 수사의 칼날이 야당으로 향할 여지도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지위와 여야 구분 없이 혐의를 있는 그대로 수사하겠다”며 “불입건 조치를 내린 양향자, 양이원영 의원 등도 원점에서 재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