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때는 찾아볼 수 없던 회의…김일성 집권기엔 열려
김정은, 중앙·지역 주요간부 모아 회의…당 중심 '시스템' 통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지난 7일 당 중앙위와 지역 도당위 책임간부들의 협의회를 소집해 경제와 인민생활 등 측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4일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이달 상순 전원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후, 먼저 중앙과 지역의 간부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생각을 미리 설명한 셈이다.

이처럼 중앙과 지역의 노동당 주요간부를 한꺼번에 모아 개최하는 협의회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권기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당보다는 군을 앞세운 '선군정치'를 펴고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한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당내 각종 조직과 기구를 활용해 '당에 의한 영도'를 강화해온 김정은의 통치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을 활용한 시스템 통치는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개최한 당 중앙위·도당위 책임간부 협의회도 김일성 주석 시절에는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간부)·도당위원회 책임비서 협의회' 등의 이름으로 열린 바 있다.

북한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도 김 주석 당시에는 여러 차례 열렸으나 김정일 위원장 때는 한 번도 열리지 않다가,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2016년과 올해 두 차례 치렀다.

올해 당대회에서는 앞으로도 5년마다 정기적으로 당대회를 개최하도록 규약에 명시했다.

전원회의 역시 김일성 주석이 생존했던 1993년 이후 한동안 공개적으로 열리지 않다가 김정은 총비서가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모습을 드러낸 2010년에 다시 개최됐다.

이어 김정은 체제 들어서는 2016년 이후 매년 열리고 있다.

김정은, 중앙·지역 주요간부 모아 회의…당 중심 '시스템' 통치
새 규약은 또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정치·경제·군사 문제는 물론 국가의 중요한 간부 인사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도 김정은·최룡해·박봉주 3인 체제에서 경제 전문가인 김덕훈 내각 총리와 군사 전문가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포괄하는 5인 체제로 고쳐 당 중심으로 국가 전반을 운영할 수 있는 틀을 갖췄다.

무엇보다 김정은 총비서는 김정일 체제에서 위세를 떨쳤던 군부의 권력을 축소해 '군에 대한 당의 지배'를 명확히 하는 '선당(先黨)정치' 원칙도 추구하고 있다.

당의 말단 조직에 해당하는 당세포비서대회와 초급당비서대회도 5년마다 소집하도록 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그 밖에도 최룡해·박봉주·김덕훈 등 전문 각료들이 직접 현장을 다니며 현지 지도를 하도록 하고, 대남·대미 문제도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에게 사실상 전담시키는 등 역할과 책임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이와 같은 통치 방식은 최고지도자 개인이 아니라 당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이 국가를 움직이는 '사회주의 정상 국가'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