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군조직 양성평등 지표조사…"성범죄 두려움 2018년보다 2020년에 더 높아"
"여군 근무 격오지부대, 지휘관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 안해"
국방부가 작년 군 조직의 양성평등 지표 조사를 시행한 결과, 여군이 근무하는 격오지 부대에서 지휘관과 부대원 등에 대한 성범죄 예방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남군 부사관들이 여군 부사관에 대해 지속적인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신고를 못 하게 회유·협박한 것도 이런 교육 부재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8일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작년 12월 '군 조직의 양성평등 지표 조사 및 분석 연구' 자료를 내놨다.

2018년에 이어 나온 연구 결과다.

이 연구는 작년 7~9월 육·해·공군, 해병대, 국방부 직할부대 등 102개 부대, 9천700여 명의 장병(여군 포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같은 해 11월 각 군 부대 주요 담당자가 모인 간담회 등을 통해 도출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부대 담당자들은 "여군이 근무하는 격오지 부대의 지휘관 및 부대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여군의 격오지 근무 확대와 성희롱·성폭력 등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녀가 함께 근무하는 병영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여군이 근무하는 격오지 부대 근무자를 대상으로 양성평등 교육과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군들은 '선진 강군을 위해 가장 개선해야 할 요소'로 '성 평등한 조직 문화와 의식 수준 향상'을 꼽았다.

응답자 중 여군 장교 56.6%, 여군 부사관 53.9%가 이런 필요성에 동의했다.

남군 부사관(47.6%), 병사(45%), 남군 장교(44.1%)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여군들은 성폭력 예방을 위해 가장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처벌 강화', '예방 교육 확대', '지휘관 인식 제고' 등의 순으로 답했다.

군내 온정주의로 가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는 여군 부사관들이 느끼는 '이성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피해 두려움 정도'가 2018년 연구 때보다 상승했다.

여군들이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남군들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이 2년 전보다 증가했다는 것은 군내 양성평등 교육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여군 장교와 여군 부사관들은 성인지 소집교육과 성인지 교육 전문상담관의 수시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군 부사관들은 원격 동영상 강의도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군 장교들은 '자체토론 교육방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여군 장교와 여군 부사관들은 성폭력 및 성희롱 피해를 봤을 때 성고충 전문상담관, 양성평등상담관, 동료 등에게 우선 알리겠다고 답했다.

일선 부대에서 근무하는 성고충 전문상담관의 역할과 임무가 막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 과정에 참여한 각 군 부대 주요 담당자들은 "성희롱·성폭력 피해 발생 때 지휘관, 상관, 동료 등 주변인의 대응 방식에 따라 피해자 노출, 2차 피해 등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련 등 관련 법규에 피해를 인지한 주변인의 피해자 보호 및 비밀보호 등의 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국방부의 성폭력 예방 활동 지침에도 이런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