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원훈석 제막을 마친 후 박지원 국정원장(오른쪽)으로부터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증정받고 있다. 국정원은 창설 60주년을 맞아 원훈을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이제 국가정보원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개혁성과 보고회에 참석해 성과를 보고 받은 후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이 국정원을 맞은 것은 취임후 두번째다. 문 대통령은 “나는 지난 2018년 7월 이곳에서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고,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나도, 여러분도 그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국정원법 개정으로 국내 정보 업무가 폐지됐다. 대신 방첩·대테러·사이버·우주정보 등의 업무가 구체화되거나 새로 추가됐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은 국내정보조직의 해편을 단행하고 의혹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정보활동부터 예산 집행에 이르기까지 적법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며 "마침내 지난해 12월 국가정보원법 전면 개정 입법을 통해 개혁의 확고한 제도화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혁의 주체가 된 국정원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이룬 소중한 결실이자 국정원 역사에 길이 남을 찬란한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사이버, 우주 등에 대한 정보 활동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미래의 전장인 사이버, 우주 공간에서의 정보활동은 더 강한 안보를 넘어 대한민국을 선도국가로 앞당겨줄 것"이라며 "국정원만이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국정원 도착 후 순진한 정보요원을 기리기 위한 ‘이름 없는 별’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방명록에는 ‘보이지 않는 헌신과 애국, 국민과 함께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 2018년 제막한 ‘이름없는 별’ 조형물에는 18개의 별이 있었으나 최근 19개로 늘어났다. 문 대통령은 “그 사이 별 하나가 더해진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며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름과 직책조차 남기지 않은 채, 오직 ‘국익을 위한 헌신’이라는 명예만을 남긴 이름 없는 별들의 헌신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공군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의 사의 표명을 즉각 수용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브리핑을 통해 사의 표명 수용 소식을 전하며 "사표 수리와 관련한 절차는 최대한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 총장은 이날 오후 1시 40분께 문자 메시지로 입장문을 발표하며 "일련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2021년 6월 4일부로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은 지난달 22일 피해자인 A 중사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영상물을 남긴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알려졌다. 유족들은 공군의 조직적인 회유와 은폐 시도가 딸을 끝내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호소하며 12일째 장례까지 미룬 채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A 중사는 충청남도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지난 3월 2일 선임 부사관 B 중사의 압박으로 회식에 참여했다가 귀가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 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중사는 즉각 항의하고 상관에게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상관들은 "없던 일로 해주면 안되겠느냐" 등의 말로 회유를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 역시 성추행 사건 발생 43일 만인 4월 14일 처음으로 관련 보고를 받고도 A 중사 사망 3일 후인 5월 26일에 서 장관에게 '단순 변사'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은폐 의혹을 받았다.해당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엄정 조치를 지시했다.이 총장의 사의 표명은 그로부터 하루 뒤에 이뤄졌고, 문 대통령은 80분 만에 '수용 결정'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즉각 수용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공군 수장을 사실상 경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엄정 처리' 의지로 풀이된다.이번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군 지휘라인에 대한 조치가 잇따를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남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최고 상급자에는 국방부 장관의 경질 가능성도 포함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시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다만 "최고 지휘라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 보고 이후 조치 등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A 중사 사망 후 관련 보고를 받은 서 장관의 태도 역시 논란이 되는 상황. 뿐만 아니라 "간부 관련 성추행 사건은 피해 사실은 물론 가해자에 대한 조치 사항 등을 국방부 전담 부서에 즉시 별도 보고하라"는 국방부 '성폭력 사건 즉시 보도 지침'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는 사건 은폐에 대한 비난이 목소리가 커지면서 뒤늦게 직접 수사에 나섰다. 이날 20비행단에 성범죄수사대를 투입했고, 군검찰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과 제15특수임무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배우 김부선이 과거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정우성을 향해 "과거 잘못했던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것처럼 정우성 씨가 지지하는 문재인 정부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같은 잣대로 비판해 달라"고 말했다.김부선은 4일 자신의 SNS에 "지난번 청룡영화제 남주 수상 문제를 언급하며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으로 상처를 드렸던 점 경솔했다. 용서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김부선은 "사과 할 기회를 많이 놓치고 많은 날들을 후회만 하고 있던 못난선배다"라고 자신을 빗대며 "우리는 이미 두 편의 좋은 영화 현장에서 만난 적이 있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고 적었다.이어 "제가 곤궁한 처지가 됐을때 따뜻한 시선으로 날 대해주던 정우성씨의 선한 심성을 저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통해서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했을때 우월한가. 경제와 공정은 나아졌나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그러면서 "조국 사태나 추미애와 그의 아들, 윤미향, 이상직 의원, 정인이 사건이나 북한의 조롱에도 한마디 항의조차 시원하게 못하는 겁쟁이 선배다"라며 "권력자들은 감히 소환하지 못하겠고 그저 사람 좋은 정우성 씨를 소환해서 현실 비판과 풍자를 하고자 했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부린 심술이 아니었나 반성했다"고 말했다.김부선은 "이재명과의 황당한 스캔들로 졸지에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밥줄이 끊기다 보니 많이 오버했다. 미안하다"며 "탐욕스런 정치인들과 순수한 예술인들은 다르다"고 말을 맺었다.'같은 잣대로 비판하라'는 표현은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국 사태를 사과하며 "윤석열 사건도 같은 잣대로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발언하며 나온 바 있다.앞서 김부선은 지난해 8월 "정우성이 남우주연상 받고 김미화가 안산에서 무슨 완장 차고 이 따위 뉴스 보고 나면 지독한 위화감 자괴감에 서글프다"라며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많은 대중문화예술가들 역시 그러리라 짐작된다"고 저격했다.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