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경색 이후 "독설 퍼붓는 김정은 대변인 역할"
"외교관에서 철의 여인으로"…르몽드, 북한 김여정 조명
"2011년 12월 김정일의 장례식 때만 해도 김여정은 가족사진에서 가냘픈 모습으로 등장했다.

(…) 2018년 이후 김여정은 북한 외교에 항상 존재하는 목소리와 얼굴이 됐다.

"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4일(현지시간) 신문 24면을 통으로 할애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위상과 베일의 가려진 삶을 조명했다.

르몽드는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외교 무대에 인상을 남긴 김여정이 이제는 "독설을 퍼붓는 김정은의 대변인"(communicante)으로 점점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때 외교관이었던 김여정이 철의 여인이 됐다"며 그의 주된 목표물은 남북 대화에 정치적 노력을 쏟아온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김여정을 정상회담 자리에서 여러 차례 봤다는 한 외교 소식통은 르몽드에 김여정이 "자신의 외교적 역할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고, 김정은을 긍정적으로 보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김여정이 남북 대화 국면에서 전면에 나섰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에 굉장히 신랄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몽드는 김여정의 권력이 노동당에서 맡고 있는 역할보다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이어진 '백두혈통'이라는 신분에서 나온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한에서 권력을 잡으려면 '백두 혈통'이어야 하고, 정치적인 수완과 지도자를 향한 맹목적인 충성을 갖춰야 하는데 "김여정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유고시 김여정이 권력을 물려받을 서열 2위로 볼 수 있느냐는 세간의 질문에는 "북한과 같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그런 가설은 시기상조이지만 배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르몽드는 미스테리한 김여정의 사생활에도 관심을 뒀다.

김여정은 1990년대 말 김정은과 스위스에서 유학생활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 스위스 베른에 도착한 김여정은 '박미향'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박운'이라는 가명을 쓴 김정은과 함께 리베펠트-슈타인횔츨리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유학 시절 김정은을 둘러싼 후일담은 세상에 알려졌지만 "가문에서 가장 신비로운 사람" 중 하나인 김여정은 댄스 수업을 들었다는 점 외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