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한국과의 협력 심화를 주문했다. 중국의 체계적인 도전을 언급하며 대중(對中) 견제 노선을 확대할 의지도 드러냈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처음 언급된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확대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블링컨 장관이 나토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의 협력을 심화할 것을 장려했다”고 밝혔다. 4개국을 특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들 국가는 모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조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다.

대중 견제 의지도 명확히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정권이 야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체계적인 도전에 직면하는 것에 대해 더욱 탄력있고 극복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노력에 지지를 표했다”고 밝혔다. 당초 구(舊)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된 군사 동맹인 나토를 러시아를 넘어 중국에 대항하는 노선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날 블링컨 장관이 나토의 협력 대상국으로 지목한 4개국 중 한국은 유일하게 미국과 다자(多者) 안보 동맹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다. 호주와 일본은 쿼드 가입국이고, 뉴질랜드는 호주와 함께 첩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의 참여국이다. 특히 미국이 그동안 쿼드 확대 대상국으로 항상 한국과 뉴질랜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이날 발언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쿼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 협의체의 성격을 갖고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쿼드를 ‘동아시아판 나토’로 확대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지난달 26일 “쿼드는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상류층 모임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대중 견제 파트너로 한국을 특정한 바 있다. 이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문구가 포함된 직후라 미국이 쿼드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