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폐기 요구 '40세 규정', 이승만 집권기인 1952년 법률에 명기
朴,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시절 개헌안에 포함…헌법으로 승격
'젊은 경쟁자 배제 의도' 주장 근거 미약… 미·독·러도 연령 제한

정치권 일각에서 '40세 이상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가운데, 해당 조항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젊은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회견서 "40세 미만 대통령 출마 불가 조항은 박정희(전 대통령)가 만들었다"며 "당시 그는 40대였고, 이 불공정한 대선 규정은 젊은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1963년 제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출마가 유력했던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40세 미만의 젊은 경쟁자들이 출마하지 못하도록 헌법을 개정했다는 것이 강 대표 주장의 골자다.

강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쿠데타로 독재 권력을 구축한 박 전 대통령이 반(反) 헌법적 개헌 절차를 통해 도입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조항이라는 취지"라며 "당시 30대였던 김대중·김영삼 두 전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여론은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미 미국이나 독일 헌법에 있던 대통령 연령 제한 조항을 도입한 것으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로 만들었다는 것은 억측"이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제헌 헌법에 없던 대통령 연령 제한 조항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첫 대선 출마를 앞두고 갑자기 제정됐다는 점만 봐도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팩트체크] 대통령 나이제한, 박정희가 '젊은 경쟁자' 배제위해 도입?

◇ 박정희 의장이 '대통령 연령 제한' 헌법조항 신설한 것은 맞지만 그 10년전 법률조항으로 처음 도입
현행 헌법 67조 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며 40세 미만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연령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한 것이어서 '대통령 연령 제한' 조항으로도 불린다.

그렇다면 강 대표의 주장처럼 이 같은 대통령 연령 제한 조항을 사실상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일단 강 대표의 발언이 헌법 조항으로서 대통령 연령 제한 조항을 거론한 것이라면 틀린 말은 아니다.

대통령 연령을 제한한 헌법조항은 1948년 제정된 제헌 헌법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1962년 제5차 개헌으로 처음 도입됐다.

당시 헌법 64조 2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3공화국 헌법'으로 불리는 1962년 헌법은 5·16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해 11월 5일 국가재건최고회의는 박 전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개정안을 곧바로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켰다.

제헌 헌법에 헌법 개정 절차 중 '국회 의결'이 규정돼 있었지만 쿠데타 세력은 국회가 해산된 상황에서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을 재개정, 국가재건최고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로 개헌을 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즉 박 전 대통령을 의장으로 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위헌적인 헌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에서 개정 헌법에 포함된 40세 규정과 박 전 대통령을 연결하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헌법 차원이 아닌 일반 법률조항으로서 대통령 연령 제한은 1962년 개헌보다 10년 앞선 1952년 7월 '대통령·부통령선거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해당법 2조는 '국민으로서 만 3년이상 국내에 주소를 가진 만 40세이상의 자는 피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를 만 40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제헌 헌법에는 없었지만 1952년 1차 개헌으로 대통령 선거에 관련한 사항을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한 헌법조항(1952년 헌법 53조)이 신설됐고, 이에 따라 대통령 연령 제한 조항이 포함된 대통령·부통령선거법이 신설됐다.

즉 대통령 연령 제한 조항은 1962년 개헌 이전인 이승만 정권 시절 이미 법률조항의 형태로 존재했기에 박 전 대통령을 '40세 규정 창시자'로 보긴 어렵다.

김중권 전 한국공법학회 회장은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40세 미만 대선 출마 불가 규정을 만들었다'는 강민진 대표 주장에 대해 "개별법에 있던 주요 사항을 헌법학자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헌법에 새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 대표의 주장은 헌법조항 차원에서는 맞지만, 법률조항 차원에서는 틀린 주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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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YS 대선주자급 되기 전 시점…'젊은 경쟁자 배제 의도'도 설득력 떨어져
박정희 전 대통령이 '40세 규정'의 창시자는 아닐지라도 과거 법률에 규정됐던 대통령 연령 제한 조항을 헌법으로 승격시킨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은 '국가의 근거법'이기에, 법률에 규정됐던 제도가 헌법으로 승격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까다로운 개헌 절차로 인해 함부로 제도를 변경·폐지할 수 없다는 점은 물론, 모든 국가기관과 하위 법령이 최우선으로 준수해야 하는 국가의 근본적 가치가 됐다는 의미가 더해진다.

그렇다면 법률상의 규정을 헌법 규정으로 승격시킨데는 강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젊은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의도가 투영됐을까?
당시 정치 지형도를 살펴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장 그 이듬해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따져 헌법에 대통령 나이 규정을 담은 것으로 볼 근거는 미약해 보인다.

1963년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을 견제할 후보는 사실상 당시 60대 후반이었던 윤보선 전 대통령밖에 없었고, 김대중(당시 39세)·김영삼(당시 35세) 전 대통령이 야당 대선 후보감으로 부상한 것은 1960년대 후반 이후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1963년 선거만 놓고 보자면 30대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의 야권 후보가 난립하면 할수록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전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962년 당시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견제해야 할 정도의 유력 정치인이 아니었다"면서 "대통령 연령 제한 조항을 헌법에 도입한 취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적어도 두 전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의도였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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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독일·러시아 등도 헌법으로 대통령 연령 제한…프랑스는 제한 없어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 연령제한 조항이 없는 프랑스 헌법을 예로 들며 대통령 연령제한 조항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차별적인 제도라고 비판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한국과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헌법 2조(Article. II. - The Executive Branch) 1절(Section 1 - The President)에서 "연령이 35세에 미달한 자는 대통령으로 선임될 자격이 없다"(neither shall any Person be eligible to that Office who shall not have attained to the Age of thirty-five Years)고 규정한다.

유럽 국가 중 대통령제인 독일과 러시아 또한 대통령의 연령을 헌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독일은 기본법 54조 1항(Article 54 (1))에서 '연방의회 의원의 선거권을 갖는 만 40세에 달한 모든 독일인은 (연방 대통령) 피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또 러시아도 헌법 81조 2항에 따라 대통령에 선출될 수 있는 자를 '러시아연방에 10년 이상 계속 거주하고 있는 35세 이상의 러시아연방 국민'으로 제한한다.

반면 대통령제인 프랑스와 의원내각제인 영국과 캐나다, 일본의 헌법에는 대통령 또는 총리의 연령을 제한하는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법제처 법제관을 지낸 홍승진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일정한 정치적 경륜을 가진 자가 대통령에 선출되도록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미국 헌법은 대통령 연령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출생한 자가 아니면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없도록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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