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P4G 서울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기후·녹색 공적개발원조(ODA)를 2025년까지 대폭 늘려 녹색 회복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을 돕겠다”고 밝혔다.  허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P4G 서울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기후·녹색 공적개발원조(ODA)를 2025년까지 대폭 늘려 녹색 회복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을 돕겠다”고 밝혔다. 허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에 ‘탄소중립’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데 이어 한국이 주재한 환경 분야 첫 세계 정상회의에서 탄소중립 가속화를 선언했다. 국무조정실 환경부 금융위원회 국민연금 등 정부 부처와 공적 연기금도 줄줄이 정책 뒷받침에 나서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 동안 탄소중립으로 국정동력을 확보하려는 모양새다.

P4G에 처음으로 기금 공여

문재인 대통령 "온실가스 더 빨리 감축하겠다"…임기 말 '탄소중립' 드라이브
문 대통령은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화상으로 열린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서울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2025년까지 기후·녹색 공적개발원조(ODA)를 대폭 늘려 녹색 회복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의장으로 있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 500만달러 규모의 그린뉴딜 펀드 신탁기금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400만달러 규모의 기금을 P4G에 공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P4G가 2018년 출범한 이후 한국이 기금을 공여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세계 기후정상회의에서 약속한 대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추가 상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기로 한 지난해 목표보다 NDC를 더 빠르게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2023년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8) 유치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P4G 1차 개최국인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와의 화상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에 포괄적인 녹색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로 했다.

文, 탄소중립에 공공부문 ‘총동원령’

P4G 행사 전날인 지난 29일에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원회의 당면과제는 상반기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고, 중간 목표로서 2030년 NDC 상향 계획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라며 “위원회가 앞장서 탄소사회 전환을 이뤄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하고, 투자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하기로 한 것처럼 공공부문이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주기 바란다”며 “한계돌파형 기술 개발 투자,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파격적인 금융·세제 지원 등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 부처들도 거들고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P4G ‘녹색금융 특별 세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 구조를 저탄소 배출형으로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금융권은 대출·투자 기준을 바꿔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나서 금융회사들의 대출·투자 기준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증권사에도 기업분석보고서 등을 만들 때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하도록 하고 평가할 때 적극 반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부겸 국무총리, 한정애 환경부 장관 등도 참석해 탄소중립 지원 방침을 밝혔다.

경제계 “탄소중립 힘든 기업 많아”

경제계는 탄소중립 ‘과속’을 우려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2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면담 자리에서 탄소중립과 관련해 “생각보다 어려워하는 기업이 많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세계 기후정상회의와 관련한 논평에서 “한국은 주요국보다 생산과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우리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에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야권은 탈원전 등 탄소 중립과 엇박자가 나는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국에서 P4G 두 번째 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을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면서도 “한국은 모순덩어리 탈원전 정책으로, 산사태가 나도록 숲을 베며 태양광 패널을 깔고, 탄소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소 10기를 건설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