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 맡아
종부세·양도세 부담 완화 제시, 강경파 반발에 막혀

임대사업자 등록 금지, 고가 1주택 징벌적 세금 유지
4·7 선거 민심 수용하겠다는 민주당 부동산 보완책
어정쩡한 대책만 내놓았다는 비판 직면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X맨’과 ‘진표보살’.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상반된 의미가 담긴 이런 두 별칭을 갖고 있다. ‘X맨’은 자기 팀을 일부러 지게 만드는 내부의 적을 뜻한다. 당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 위원장은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줄곧 민주당 계열 정당에 몸담으며 당 주류와는 어긋나는 정책 추진으로 내부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견디며 상대를 품어 안는 모습에서 붙은 별칭이 ‘진표보살’이다.

김 위원장은 국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던 2002년 말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인수위 부위원장은 정권 인수 작업을 실무적으로 진두지휘하는 요직이다. 이런 요직에 정권 창출에 아무런 공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노무현 캠프와 별다른 인연이 없던 관료 출신의 그가 낙점된 것은 의외였다.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았을 때 차관을 뽑기 위한 다면평가를 실시했고 김 위원장이 1위를 차지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내가 아는 가장 유능한 공무원”이라고 극찬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까지 지냈고 2004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그는 그 이후 지금까지 현 여권 주류 지지자들에게 끊임없이 비판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에 발탁된 직후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했을 때 여권 주류층은 “친재벌적 행태”라고 그를 거세게 공격했다. 그때 당시의 심경을 2019년 12월 한국경제신문·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경제는 현실이다.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친기업=반개혁’으로 보는 도식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한 당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뒤 ‘한국에 전쟁이 난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한국의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등 위기가 찾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편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고 법인세율을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가운데)과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윤관석 사무총장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정책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의원총회에선 특위가 제시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부담 완화에 대해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병언 기자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가운데)과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윤관석 사무총장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정책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의원총회에선 특위가 제시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부담 완화에 대해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병언 기자

강경파 끝없는 견제로 ‘X맨’ ‘진표보살’ 별칭 얻어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X맨’소리를 듣게 된 것은 2011년 당시 야당인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에 대해 적극 찬성했다. 민주당의 한·미 FTA 비준 반대 기류는 거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만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라도 옳지 않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역시 한국경세신문·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반대한 사람들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 정부가 체결했고 미국 의회가 비준했는데 야당이 됐다고 그걸 깨라는 게 말이 되나”라며 “그건 한·미 동맹을 깨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안보가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보장되는데 그런 철부지 같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이 원내대표로서 한·미 FTA 비준을 찬성한 대가는 컸다. 한·미 FTA 비준안이 처리된 뒤 그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여당 X맨’ 이라는 내부 조롱을 받고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2012년 4·11 총선 땐 좌파 시민 단체의 낙선 대상자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

2010년 경기도지사 도전에 나섰지만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다. 2019년 말엔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다가 여권 강경 지지층의 반대에 부닥쳐 스스로 뜻을 거뒀다. 그는 그 직후 기자와 만나 “4개월 뒤 총선을 치러야 하는 여권으로선 지지 세력을 더 불려야 하는데 조국 사태 때처럼 안에서 분란이 일어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며 청와대에 총리직 고사 의사를 전했다고 했다. ‘진표보살’답다.

김 위원장이 최근 다시 주목받은 것은 민주당 부동산 특위 위원장이 되면서다. 송영길 민주당 신임 대표가 특위 위원장에 진선미 의원을 빼고 김 위원장을 투입한 것이다. 친문(친문재인)계인 진 의원은 2020년 서울 동대문구 임대 주택 현장을 찾아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 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진 의원 대신 당내에서 합리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 위원장을 투입한 것은 부동산 정책 기조를 변화시키겠다는 송 대표의 의지가 담겼다. 송 대표는 부동산 민심 악화가 4·7 재·보궐 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정책 전환을 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하지만 송 대표의 경선 공약을 당내 2인자이자 핵심 친문계인 윤호중 원내대표가 반대하는 등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무주택자에 대해 90%까지 완화하겠다는 송 대표의 발언에 대해 반대했다. 하지만 대표 경선 때부터 ‘LTV 완화’를 언급해 온 송 대표는 같은 날 윤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부동산 대출 규제 문제를 두고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서로 딴소리를 하며 기싸움을 벌인 것이다.
양도세 부담 완화안도 강경파 반대로 성사 미지수
김 위원장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자는 방침을 갖고 있었지만 당내 강경파는 물론 청와대도 ‘고가 주택 과세 강화’ 방침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하면서 벽에 부닥쳤다. 무주택자의 주택 한 채 구매,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 등에 취득세와 양도세를 완화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도 당내 강경파의 반대에 갈팡질팡했다.

논란 끝에 부동산특위는 지난 27일 종부세 완화 등 부동산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공시가 9억원(1주택자 기준) 이상인 종부세 부과 대상을 공시 가격 상위 2% 주택(올해 공시가 기준 약 11억6000만원)으로 조정하고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산세 인하 특례는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무주택자 LTV는 최대 70%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미완이다. 종부세는 ‘상위 2%’ 특위안과 함께 현행 과세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부안도 함께 소개했다. 정부는 현행 종부세 기준(공시가 9억원)을 유지하되 납부 유예 제도 도입, 공정가액 비율 90% 동결(내년 95% 예정), 10년 이상 장기 거주 공제 신설 등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특위안은 향후 당정 협의 과정에서 정부와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종부세 부담 완화안이 쟁점이다. 지난 27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두관·진성준·고민정·강병원 의원 등 친문 강경파의 반발이 거셌다. 진 의원은 종부세 부담 완화안의 전 당원 투표를 주장했고 김·강 의원은 오히려 종부세 강화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재산세 인하안만 당론으로 발표하고 종부세와 양도세는 공론화를 거쳐 6월 중 결정하겠다고 물러섰다. 결국 재·보선 민심을 존중하겠다고 시작한 민주당 부동산 정책은 어정쩡한 대책만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대 사업자 신규 등록 금지,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 축소 등은 전셋값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 정책도 유지하기로 했다. 무주택자 LTV 최대 70%도 당초 송 대표가 주장한 90%에 못 미친다. 민심보다 강경파 눈치를 본 어설픈 중간 타협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종부세 부담 완화 등 핵심 쟁점에 대해 ‘X맨’ 공격을 넘어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아니면 ‘진표보살’에 머무르며 다시 한 번 후퇴할까.

홍영식 논설위원 겸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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