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만 Vs 1억?…한일정상 백신외교 비교하는 주장 퍼져
스가 방미때 화이자CEO와 통화…한달후 5천만회분 정식계약
韓-美정부 소량 무상제공…日-美기업과의 대량 유상계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한국군 55만 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무상제공 방침을 발표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 방미 외교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거론되는 가운데, 일본 총리의 지난달 방미때 백신 확보량과 비교하는 글들이 널리 확산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위한 지난달 방미때 백신 1억회 접종분(일부 네티즌 글에서는 1억명 분으로 기재)을 확보했다며, 한일 정상의 백신 외교 성과를 비교하는 글들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그렇다면 스가 총리가 지난달 16일(이하 미국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계기에 실제로 1억회, 또는 1억명 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을까?
우선 일본 정부 공식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정상회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는 백신과 관련한 미일 협력에 대한 정상회담 논의 내용을 소개했다.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백신 공급 전반과 국제보건분야에 있어서의 일미간 관민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두 나라 정부 간에 계속 협력하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구체적인 대 일본 백신 지원 발표가 나온 것은 없었다.

다만 스가 총리는 방미 중이던 지난달 17일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중 하나인 미국 제약기업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와 전화 협의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좀 더 '손에 잡히는' 내용이 논의됐다.

총리관저 홈페이지에 따르면 10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스가 총리는 안정된 대 일본 백신 공급과 함께 일본의 모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올해 9월까지 확실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추가적인 백신 공급을 불라 CEO에게 요청했다.

그러자 불라 CEO는 일본에 대한 백신의 확실하고 신속한 공급과 추가 공급을 향해 협의를 신속히 진행하는 것을 포함해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해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일본 총리 관저는 소개했다.

불라 CEO도 스가 총리와의 통화에 대해 4월1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 백신 추가 공급에 대해 협의했다"며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안전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하자는 희망을 공유했다"고만 밝혔다.

당시만 해도 구체적인 대 일본 백신 공급량과 공급 시기에 대해서는 일본 측이나 화이자 측은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일정상회담후 스가 총리의 방미 백신 외교 성과를 둘러싸고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본 사회 내부에서 나왔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19일 "9월까지 모든 접종 대상자에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전망이 섰다"고 밝혔고, 백신 담당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상은 그 전날 TV 출연 계기에 "(화이자사와 백신 추가공급에 대해) 실질적으로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상은 지난달 20일 참의원 후생노동위에서 "(화이자와 백신 추가공급 관련) 합의서를 교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혼선을 빚었다.

그 후 TV아사히가 4월21일 "스가 총리가 화이자 CEO와의 직접 교섭에서 합의한 코로나19 백신 추가 공급량은 5천만회분(2천500만명 접종분)"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하는 등 일본 언론을 통해 '백신 5천만회분'이라는 구체적 내용이 흘러 나왔다.

일본 정부는 올초 화이자와 1억4천400만회분(7천200만명 접종분)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화이자 백신 5천만회 분을 추가로 공급받는데 사실상 합의했다는 것이 보도내용이었다.

이 보도는 이달들어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 14일 5천만회분의 코로나 백신을 추가로 공급받는 계약을 화이자와 정식으로 체결했다고 다무라 후생노동상이 발표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스가 총리는 지난달 중순 미국 방문 중 화이자와 백신 추가 공급 계약을 논의했고, 그로부터 약 한달 후 5천만회 접종분에 대한 최종 계약을 일본 정부와 화이자가 체결했다.

스가 총리의 미국 방문때 백신 공급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방미를 계기로 한 스가 총리와 화이자 CEO의 통화에서 5천만회분 추가공급 계약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억회분 또는 1억명분(2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는 세간의 주장과 물량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스가 총리의 방미기간 이뤄진 그와 불라 CEO의 통화가 백신 추가 확보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 것은 사실로 판단된다.

다만 한일 정상의 방미 백신 외교 성과를 백신 숫자로 비교하긴 무리가 따르는 측면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군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55만명분 백신의 경우 미국 정부가 한미동맹과 한국 군인을 상대하는 주한미군 보건을 고려해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고, 스가 총리가 방미 계기에 협상한 백신 5천만회분 추가공급은 일본 정부가 미국 기업과 유상으로 계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일 정상의 방미 백신 외교 목표도 차이가 있었다.

4월에 먼저 방문한 스가 총리의 경우 백신 추가 확보(또는 추가 공급 계약)가 당면 목표였다.

일본 주간지 '겐다이(現代)비즈니스'는 4월25일자 미일정상회담 관련 보도에서 스가 총리가 애초 미국 방문 때 화이자 백신 물량을 인수해 전용기에 싣고 귀국하는 '그림'을 모색했으나 불발에 그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문 대통령 방미 시점에 한국 정부는 이미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얀센 백신 1억9천200만회분을 계약해둔 상태였기에 추가 계약보다는 계약된 물량을 조기에, 또는 약속한 시기 안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더 큰 현안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