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결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경제·기술 동맹 등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어정쩡한 중립’을 주장하던 데서 미국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졌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한·미 동맹의 역할을 한반도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한 단계 격상시킨 회담이었다고 분석했다.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인도·태평양 문제에서 한국이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기로 하면서 동맹이 진일보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대전환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 한·미 정상회담이 남긴 네 가지 궁금증을 정리했다.
(1) 외교노선 선회 왜, 대북정책 공조 얻으려 '安美經中' 줄타기 일단 후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동맹의 귀환’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식으로 중립노선을 걸어왔다. 이번 회담에서는 반중 노선 참여까지는 아니지만 미국 쪽으로 확실히 중심축을 옮겼다.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기존의 안미경중(安美經中)을 강조하던 데서 흐름이 바뀌었다는 기류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조 바이든 행정부와 대북전략을 맞춰나가기 위해서는 미국의 관계 설정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신 한·미는 대북 관계를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을 기초로 외교적 대화로 풀어가기로 합의했다. 김 본부장은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글로벌 디지털 커넥티비티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 기술 표준을 새로 쓰겠다는 목표를 이미 밝혔다”며 “여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기술적 우위를 포기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 미·일 정상회담 때보다 약한 中 반응
이번 회담에서는 중국을 꼭 집어 얘기하지 않았지만 중국을 자극할 만한 언급이 많았다.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이 공동성명에 포함됐고, 한·미 미사일 지침도 해제됐다. 중국 측 공식 반응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이틀이 지난 24일 나왔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라며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반응은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면 강도가 약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내정을 심각하게 간섭하고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일 공동성명에는 대만 문제 외에도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티베트, 남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도 거론됐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중국 측 반응에 대해 “지금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으로부터 반도체를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등 전략적 측면에서도 강력 대응하진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한국 기업에 대한 비공식적 압박에 나설 가능성은 제기된다.

일각에선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은 중국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재래식 미사일은 게임 체인저가 아니라고 판단해 중국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 트럼프보다 더 큰 실익 챙긴 바이든
이번 정상회담을 바이든 외교의 승리로 보는 시각도 많다. 공개적으로 동맹에게 비용을 압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세련된 외교로 설득하는 바이든 방식이 통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방미에서 한국 기업은 44조원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내놓았다. 특히 한국 기업의 투자는 민주당 열세지역인 텍사스, 애틀랜타 등에 집중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1년 남았지만 바이든은 취임 초기인 만큼 시간도 바이든 편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중도층 지지를 얻기 위해 한·미 외교에서 성과가 절실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 센터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의 정교한 외교의 정수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에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회의체)를 포함했는데, 굳이 대만까지 언급한 것은 아쉽다”며 “우리 입장에서 카드를 한번에 다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미국이 이득을 봤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박 교수는 “미국이 예전처럼 경제, 안보 공공재를 확보한 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에 일정 지분을 나눠주되 비용과 책임을 요구하는 협업체계가 구축된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투자 역시 새로운 기술과 시장 지분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 정의용 언급한 '백신 스와프' 빠진 이유
5~6월 백신 보릿고개를 넘을 만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특히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언급했던 백신 스와프가 빠진 이유가 궁금증으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이는 ‘정 장관의 실수’라고 평가했다. 백신 스와프는 미국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미국은 사용하지 않는 8000만 회분의 백신을 백신 확보가 어렵고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동맹국에 나눠주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미국이 방위공약을 맺은 나라가 67개국이고 이 중 백신을 요청한 나라가 40개국”이라며 “그중 한국의 방역 상황이 제일 좋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군을 대상으로 55만 명분의 백신 공급을 약속한 것은 미국을 찾은 문 대통령을 예우한 것이란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투자했으니 백신을 줘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며 “동맹으로서 ‘프렌들리한 제스처’ 정도만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가 진행 중이던 내용을 미리 공포한 한국 정부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 센터장은 “우리 측 기대가 컸던 것은 이해하지만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미리 공개한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강영연/송영찬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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