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친문(친문재인) 인사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친노(친노무현) 좌장’격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손잡고 ‘이재명 대세론’을 퍼뜨리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친노계 대모’ 한명숙 전 총리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인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친문 인사들을 대선 캠프 요직에 끌어들이며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있다.

‘빅3’ 친문 공략법

이 지사는 21일 경기도가 고양 킨텍스에서 연 ‘2021 DMZ(비무장지대)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DMZ 포럼은 한반도 평화를 다루는 행사로, 이 지사 취임 이후인 2019년부터 시작됐다.

이 지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개성공단 정상 운영을 보장하기로 한 3년 전 남북한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개성공단 재개 외에도 남북간 철도와 도로 연결, 인도적 협력을 비롯한 남북 합의 이행을 위해 유엔이 제재를 면제하도록 관련국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행사에선 특히 이 전 대표의 참석이 이목을 끌었다. 이 전 대표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 자격으로 포럼에 나왔다. 그는 축사에서 “경기도는 지방정부도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능력과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이 전 대표가 당대표에서 물러난 뒤 이 지사와 공식 석상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12일 출범한 이 지사의 지지자 모임 ‘민주평화광장’도 이런 근거를 뒷받침한다. 이 전 대표의 싱크탱크 ‘광장’을 주축으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해찬계의 좌장인 조정식 의원은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에 올랐고, 정일영 이형석 의원 등 이해찬계 대표 의원들이 이 모임에 힘을 보탰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한명숙 전 총리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생전 노 전 대통령이 “마음대로 차기 대통령을 지목한다면 한명숙을 지명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두 전직 총리는 이날 향후 검찰개혁의 방향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진다.

이낙연 전 대표는 총리 및 당대표 시절 인연을 맺은 친문 의원들을 캠프 핵심 보직에 배치했다.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박광온 의원은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원 시절 지역구인 부산 사하갑을 계승한 최인호 의원은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을 맡고 있다.

노무현 서거 12주년 행사 주목

민주당에선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선 친노와 친문세력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지지율 1위인 이 지사도 친문세력을 끌어안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대선 경선에선 과반을 얻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하기 때문에 이 지사도 당내 주류인 친문 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문 지지층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우원식·홍영표 의원 등 두 명의 친문 후보가 출마해 내부 경쟁을 펼쳤지만 ‘무계파’를 표방한 1위 송영길 대표와의 득표 차이는 크지 않았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문을 강조한 김용민 후보가 권리당원 17.7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수석최고위원직에 올랐다. 여권에서는 23일 노 전 대통령 12주기 추도식이 친문 지지자들의 민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날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지사는 이달 초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으며, 이번 추도식 행사 참여 여부는 미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