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지옥철' 탄 이낙연 "정의롭지 못하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정부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계획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김포 경전철(골드라인)에 직접 탑승(사진)해 혼잡하기로 소문난 ‘지옥철’을 경험하고 나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경기 김포 장기역에서 골드라인 열차를 탔다. 2019년 개통된 김포 골드라인은 김포 양촌역과 서울 김포공항역을 잇는 약 23㎞ 길이의 경전철이다. 하지만 객차 2량으로만 운행해 통근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철이 장기역을 출발해 풍무역까지 가는 동안 서울로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탑승했다. 발 디딜 틈 없이 객차가 꽉 들어차자 이 전 대표는 “마치 양계장 같다”고 표현했다.

이 전 대표는 갑자기 노형욱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지금 김포 골드라인을 탔는데 개선의 여지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노 장관은 이 전 대표가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국무조정실 2차장·국무조정실장을 지내며 호흡을 맞춘 사이다. 이 전 대표는 노 장관과 통화하며 “그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말도 수차례 반복했다. 또 “4차 국가 철도망 계획이라는 게 시간이 걸리는 것인데, 그걸 인색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통화를 마친 이 전 대표는 “정부 측에서도 ‘이 문제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며 “김포 골드라인 문제는 시민들이 날마다 두 번씩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의롭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여권 내 GTX-D 노선 수정 요구는 지난달 22일 국토부가 4차 국가 철도망 계획안을 발표한 이후 계속되고 있다. 국토부는 김포~부천(21㎞)을 잇는 GTX-D 노선을 국가 철도망 계획에 포함시켰는데, 김포와 서울 강남을 직접 연결하는 경기도 건의안에 비해 구간을 대폭 축소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