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국문출판사가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 장면을 모은 화보집 일부. 화보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장면에 대해 "두 나라 사이에 전례 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이라고 설명했지만 세 정상이 같이 걸어가고 있는 사진에서는 의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우측에 있던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잘라냈다./ 연합뉴스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 장면을 모은 화보집 일부. 화보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장면에 대해 "두 나라 사이에 전례 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이라고 설명했지만 세 정상이 같이 걸어가고 있는 사진에서는 의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우측에 있던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잘라냈다./ 연합뉴스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을 정리한 화보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만 전부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북한은 2019년 남·북·미 3자 정상이 모두 참여한 판문점 회동 사진에서도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이 나온 부분만 잘라냈다. 북한의 의도적인 대남(對南) 무시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12일 김정은이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 사이 각국 정상과 만난 사진을 모은 화보집인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를 공개했다. 발행일자가 지난달로 표기된 이 화보집에는 김정은이 이 기간 동안 만난 외국 정상들의 사진이 모두 수록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세 차례나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문 대통령의 사진은 모두 빠졌다. 2018년 4월, 5월, 9월 연이어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특히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관한 사진은 10장이나 실었지만 문 대통령이 들어간 부분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화보집은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에 대해서는 “미국 현직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토를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 기록됐다”며 “뿌리 깊은 적대 국가로 반목·질시해온 두 나라 사이에 전례 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이라고 의미 부여까지 했지만 문 대통령의 참여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 화보집이 의도적으로 배제한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편에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 화보집이 의도적으로 배제한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편에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을 배제한 것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에는 큰 부분이 할애됐다. 이 책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조미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이라 설명하며 김정은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부터 실제 회담 장면, 공동성명 서명 모습, 회담장 전경, 기념 주화·우표, 회담 소식을 전한 현지 신문의 사진까지 실었다.

‘노딜’로 기록된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제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이라 평가했다. 김정은이 “지칭하고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면 난관과 곡절을 딛고 북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까지 소개했다.

이 밖에도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촬영한 사진에는 ‘친선관계’, ‘형제적 우정’, ‘동지적 신뢰’, ‘뿌리 깊은 친선’ 등의 수식어를 붙여 전통적 우방임을 강조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만 정상외교 활동에서 빼놓으며 의도적인 대남 무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와 대외선전매체 등을 통해 잇달아 대남 비방에 나서고 있다. 특히 김여정은 지난 2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남조선 당국에 책임이 있다”며 ‘상응 행동’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송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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