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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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국회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송부를 재차 요청했다. 사실상 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드러난 세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내부 분열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말 마지막 인사를 놓치면 레임덕이 가속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진 청와대와 차기 대선을 고려해 민심을 살펴야 하는 여당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수 낸 文 “금요일까지 결론 내려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송부를 다시 한번 요청했다. 송부시한은 3일 후인 오는 14일로 못박았다. 인사청문회법 상 국회가 인사청문 보고서 송부 시한을 넘기면 대통령은 송부를 재요청할 수 있다. 송부시한은 1차 시한 다음날로부터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다시 정하도록 돼 있다. 국회가 재요청 시한 내에도 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재요청 송부시한(3일)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의 과거 사례와 비교해 촉박하게 설정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정부에서는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던 고위 인사(장관급 이상) 29명에 대한 송부 재요청 시한이 평균 4.8일이었다. 2018년 11월 임명된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사례에서는 10일이 부여됐다. 임혜숙 후보자 등에 대한 송부 재요청 기한 보다 짧았던 경우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각각 2일) 임명 때 밖에 없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이 전날 특별연설에서 '인사 검증 실패가 아니다'라고 한 것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이미 결정이 선 만큼 야당을 설득하는 데에 공을 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분열..."靑의 뜻 vs 민심 살펴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세 후보자를 임명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은 10일 의원총회를 열고 장관 임명에 대한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친문계 의원들은 세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하는데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다며, 민주당이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 의원들은 야당과의 협치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이 민심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의원도 나타났다. 대전 유성을 지역구로 둔 이상민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송영길 대표와 윤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임혜숙과 박준영 후보의 장관 임명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며 "두 후보는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더 이상의 논란은 소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5선의 중진 의원으로,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비주류 인사로 꼽힌다.

당내 소장파인 조응천 의원은 10일 의총 후 기자들을 만나 "당론과 당심이 한쪽으로 몰려가고 있다"며 "의원들은 물론 70만명의 권리당원까지 소수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눌려 의견을 안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지도부 협상은 평행선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힘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을 두고 협상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더라도 임명이 가능한 장관과 달리 김 총리 후보와 청문회를 앞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민주당은 김 총리 임명을 분리해 논의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윤호중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을 두 차례 만나 김 총리 임명을 논의했다. 회담 후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윤 원내대표는 김 총리와 세 장관의 임명을 분리해서 논의하자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들을 모두 하나의 인사로 보고 있다”며 “세 장관 후보자 뿐 아니라 총리도 부적격 후보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야당과 원내위원장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동민 의원은 10일 의총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줘서 책임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게 양보하더라도 입법 행보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법사위원장을 미끼로 야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자는 주장이다.

전범진/임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