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위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위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만 4년이 지났다. 문 대통령의 월간 국정 긍정률은 한국 갤럽 기준 81%에서 출발했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치였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가 높았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4년차 마지막 분기 지지율도 38%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다.

하지만 지지율 감소폭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 대통령의 국정 긍정률은 4년간 43%포인트 감소해 반토막 수준이 됐다. 이런 감소율은 김영삼 대통령과 동률로 역대 최고치다. 기대감 못지 않게 국민들의 실망감도 매우 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의 역대급 기대감이 역대급 실망으로 이어진 데는 고용·부동산·백신이라는 3대 이슈가 있다. 모두 '수요 공급의 불안'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처음에는 문 대통령은 이 문제들에 대해 해결할 수 있다며 자신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10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민간과의 일자리 창출, 부동산 투기 차단, 집단 면역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책 실패를 해놓고도 사과가 없다"며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4년간 누적된 고용과 부동산 문제는 더 악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다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은 코로나19로 취업 대기자가 줄을 잇고 있다. 집값 상승을 멈출만한 뾰족한 대책도 당장은 없어 보인다. 감염병 대유행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뒤늦은 대비로 백신 접종률은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백신 수급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용·부동산·백신 문제는 문 대통령의 남은 1년 간 국정 동력과 정권 재창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랜 기간 누적된 난재를 문 대통령이 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자리 '공급'에 손 대자…줄어든 정규직·알바

문재인 정부 들어 코로나19 전에도 가계 소득과 고용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코로나19 전에도 가계 소득과 고용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빠른 경제 회복이 민생 회복으로 이어지게 하고 일자리 회복, 코로나 격차와 불평등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 말만 들으면 코로나19 이전에는 한국 경제가 양호했던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문 정부의 고용 정책은 코로나19 전부터 실패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취임하자마자 문 대통령은 '일자리 상황판'을 집무실에 설치했다. '일자리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며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펼쳤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7년 이후 발생한 경기 침체와 성장 둔화를 '자본주의·낙수효과의 실패'로 보고 소득 분배를 통해 '분수 효과'를 꾀해야한다는 정책이다. 노동시장에서 고용 공급자인 기업 보다 수요자인 노동자에 촛점이 맞춰져있다.

일단 2017년에서 2019년 사이 가계동향조사에서 저소득층은 소득이 줄고 고소득층은 오히려 소득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진 것이다. 급기야 통계청장이 교체되거나, 통계 조사 방법이 바뀌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고용도 악화됐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일환으로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등 정규직화를 대거 강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국제공항 사태다. 하지만 정규직 포화 상태가 발생하면서 노동시장 진입 장벽은 더 높아졌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영향으로 줄곧 50~60대 취업자 수만 증가하고, 20~40대 취업자수는 감소하는 경향이 생겼다.

고용의 질도 안 좋아졌다. 통계청이 매년 8월 발표하는 근로행태별 임금근로자 조사에 따르면 2019년까지 문 정부 출범 후 3년간 정규직 비중은 3.5%포인트(67.1%→63.6%)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 비중은 3.5%포인트(32.9%→36.4%) 증가했다.

최저임금 급상승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줄였다. 2021년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지난 2017년 보다 34.8% 올랐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까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4.4%(160만8000명→153만8000명) 줄었다.

고용 시장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018년 5월 2주부터 2020년 6월 2주까지 내내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1위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었다. 특히 서민층에 해당하는 생활수준 '하'의 부정률은 2018년 11월부터 긍정률을 역전해 다른 응답자 유형 중 가장 빨랐다.

수요 억제형 부동산 정책만 25개...
결국 "자신 있다"에서 "할말 없는 상황"으로

문재인 정부가 취임 후 4년간 26개의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 역효과로 집값은 폭등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83%, 전국 아파트 52% 증가했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문재인 정부가 취임 후 4년간 26개의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 역효과로 집값은 폭등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83%, 전국 아파트 52% 증가했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임기 초 "부동산 만큼은 자신있다"며 수요 억제 정책을 내내 펼쳐왔던 문 정부는 뒤늦게 올해부터 공급 정책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치솟은 집값은 아직도 멈추질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국이 52%(3억2124만원→4억8822만원), 서울은 83%(6억708만원→11억1123만원) 폭등했다. 전국은 22개월, 서울은 24개월째 아파트 매매가가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도 부동산과 관련한 질문에는 "정말 부동산 부분 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기결집 효과가 나타나면서 대통령 긍정률은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부정률을 앞섰다. 하지만 부동산 7월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이 나타나고 같은 달 30일 임대차3법이 통과되자 민심은 엎치락뒤치락을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최근까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이 불거진 9월 2주와 3주차를 제외하고는 민심은 줄곧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1위로 '부동산 정책'을 지적하고 있다. 월별 조사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불만을 묻는 조사에서도 '집값 상승'이 압도적인 격차로 1위로 꼽히고 있다.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은 '수요 억제 정책' 때문이란 진단이 많다. 지금까지 현 정부에서 나온 부동산 정책만 26개다. 3기 신도시 계획이 포함된 가장 최근 정책을 제외하면 25개 정책은 모두 투기 지역을 지정하거나 대출을 막는 등 수요 억제형 정책이었다. 하지만 시장 역효과로 '집값 폭등', '주거 불안정'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4차 유행 국면인데 백신 접종 언제?
위기의 'K-방역'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는 문제는 백신 수급이다. 지난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주요국에 비해 낮았다. 때문에 지난해 2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만 해도 추락하던 국정 지지율은 반등해 긍정률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해외에서도 대체로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고는 했다. 정부는 'K-방역'이라고 이름 붙이며 성과라며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700명 안팎으로 증가하면서 4차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백신 수급 불안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결국 최근 3주 연속으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부동산 다음으로 높은 대통령 부정평가 요인으로 '코로나19 대처 미흡'이 꼽히고 있다. 10일 기준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7.2%로 미국 45.8%, 영국 53% 등 주요국에 비해 한참 떨어진 수준이다.

4월 4주차 한국갤럽이 발표한 '코로나19 정부 대응 평가' 조사에서 1년 2개월 만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기도 했다. 긍정률은 3월 조사 때 보다 17%포인트(60%→43%) 떨어졌고 부정률은 20%포인트(29%→49%) 올랐다. 부정률의 가장 큰 이유는 '백신 확보·공급 문제'가 55%로 압도적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도입 정책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55.3점으로 평가해 사실상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대 수급 문제는 '현재 진행형'

대통령 지지율을 하락시키고 있는 수급 이슈들은 상당 기간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고용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고용이 크게 위축되면서 대기자가 많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은행은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3차 확산 이후 기업의 구인활동이 둔화된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실업자 및 일시휴직자가 구직활동에 나서면서 노동 수요·공급 간 불균형이 심화됐다"며 고용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고공행진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풀린 부동산 규제는 없고, 여전히 시장은 공급 부족 현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주택매매 수급동향 지수는 지난해부터 내내 100을 넘어서고 있다. 이 지수는 100 미만이면 공급이 더 많고, 100 이상이면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한다. 지난 2월 이 지수는 12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 매매가격 상승폭은 축소되었으나 여전히 강세"라며 "3기 신도시 사전청약 확정 및 주택공급 방안 지속 발표되고 있지만 재건축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수급도 미지수다. 정부가 백신 계약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각국에서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급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고용·부동산·백신 모두 낙제점"이라며 "정부 정책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했어야할 것은 사과였다. 하지만 연설 내내 대통령이 남은 임기까지 지난 4년 간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며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