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호남·초선 대표론…野에 짙게 드리운 '김종인 그림자'
'김종인의 그림자'가 여전하다.

국민의힘의 '포스트 재보선' 행보 곳곳에서 당을 떠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영향력이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진(西進) 정책'이다.

김 전 위원장은 텃밭 영남권의 울타리를 넘어 호남으로 지역적 외연을 넓혀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호남 구애'를 이어갔다.

5·18 묘지 '무릎 사과'가 상징적이다.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첫 현장일정으로 '광주'를 선택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읽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했고, 5·18 유족, 부상자에게 공식 사죄했다.

12살의 나이로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진 초등학생 전재수군의 묘비를 어루만지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전남 무안에서 열린 전남도당 개소식에서는 도당위원장이 '친(親)호남 정책이 계속돼야 한다'고 하자 "친호남을 떠나서 핵(核)호남이 돼야 한다"고 강도를 높였다.

핵호남·초선 대표론…野에 짙게 드리운 '김종인 그림자'
초선 당권주자인 김웅 의원에게 주목도가 높아지는 것도 김 전 위원장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 전 위원장은 퇴임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을 '아사리판'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차라리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당 대표로) 내세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단순히 메시지를 넘어 유일한 초선 당권주자인 김웅 의원을 직접 만났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의원에게 "누군가의 꼬붕(부하)이 되지 말고 자기만의 정치를 하라", "더 세게 붙어라"는 등 약 40분간 '족집게 과외'를 해줬다고 한다.

핵호남·초선 대표론…野에 짙게 드리운 '김종인 그림자'
야권 통합론의 불씨가 사실상 사그라진 데에도 김 전 위원장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4·7 재보선 승리를 이끌면서 줄곧 '안철수 불가론'을 주장한 바 있다.

당을 떠난 이후에도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의 방향에 공감하고 신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며 "여전히 김 전 위원장의 영향력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