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의원 인터뷰.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의원 인터뷰.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4·7 재보궐선거 이후 '이대남(20대 남성)' 표심 해석 과정에서 촉발된 젠더 논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논쟁을 촉발한 인물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다. 그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연일 공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녀 편가르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는 비판이 그에게 쏟아지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젠더 이슈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이 전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 진중권 전 교수와 젠더 논쟁을 한 달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진 전 교수의 활약으로 그동안 반사이익을 많이 얻었는데 이런 식으로 갈라서면 국민의힘이 손해 아닌가?

"진 전 교수는 그냥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것뿐이다. 언제든지 사안에 따라 우리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진 전 교수를 의식해 해야 할 이야기를 못할 이유는 없다."

▷ 논쟁을 하는 과정에서 '골방 철학자', '헛소리' 등의 발언도 나왔다. 건전한 논쟁이 아니라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그 정도는 농담 따먹기 수준이다. 인신공격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 둘다 그 정도에 감정이 상할 사람들은 아니다."

▷ 진 전 교수는 '좌충우돌 표출되는 분노를 합리적으로 가다듬어 올바른 정치적 요구로 정식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쟁을 통해 관철시키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번 논쟁은 4·7 재보궐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편향된 젠더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언급이 발단이 됐다. 사실 아직까지 무엇을 관철시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공정한 경쟁을 막는 과도한 가산점, 할당제를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제가 여성 혐오 발언이라도 한 것처럼 몰아갔다. 저는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것뿐이다. 여성계가 이런 주장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굉장히 폐쇄적·방어적으로 대응했다."

▷ 일단 장관 여성 할당제 폐지를 주장했다. 그런 논리면 장관 인선시 지역 배분을 하는 것도 문제 아닌가?

"나는 지역 배분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는 정치하면서 청년 비례공천, 청년 최고위원 다 거부했다. 특정 계층이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할당제로 풀자는 방식에 반대한다."

▷ 성별, 지역 등 모든 제약을 풀면 오히려 편향 인사가 될 우려도 있다.

"편향 인사를 했다가 정권을 잃어보는 경험이 축적되면 능력만 가지고 인선을 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한 경쟁이 막혀 있는 것을 할당제로 땜질 처방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각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남녀·지역 비율 등이 맞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육아와 출산이다.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 보완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것인가?

"육아 상당 부분을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남성 출산 휴가 등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국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 또 각 분야 인재 선발 과정에서 남녀 차별이 없도록 보완해야 한다. 기회에 있어서 불평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여성 진출이 크게 늘어난 공무원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고위직 여성도 많이 배출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불평등을 해소해 나가야지 할당제로 해소하겠다는 발상은 사회주의적이다."

▷ 여성, 남성 경찰관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업무에 투입하자고 주장했다. 기계적인 평등만을 추구하다 보면 부작용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남성과 여성이 신체적 차이가 있는 것은 맞지만 발전된 기술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 위험 임무에 투입되어도 테이저건 등을 활용하면 여경이라도 불리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여성도 전투 요원으로 해병대에 복무할 수 있다. 또 불법 시위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꼭 여경이 여성을 제압해야 한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성추행을 의심하는 자체가 이상한 것 아닌가. 그런 부분까지 성역할을 구분하는 것은 과도하다."

▷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남녀평등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이런 노력이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훼손했다고 보는 것인가?

"장관에 여성들을 더 많이 임명한다고 해서 실제 여성들의 삶이 나아졌나? 그건 고위직에 오르고 싶어 하는 일부 여성 정치인들의 선동에 불과했다. 실제로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정책을 펴야 한다."

▷ 지난 선거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지지하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세차에 오른 2030 여성들도 많다. 최근 행보는 이들에 대한 배신 아닌가?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것뿐이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제 발언을 왜곡해 남녀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여성들을 볼모로 삼아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다."

▷ 2030 남성이 2030 여성보다 더 많은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하나?

"2030 남성의 수가 2030 여성의 수보다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각 분야에 여성 할당제를 늘려나가겠다는 것은 역차별이다. 남성의 수가 많으니 당연히 남성이 더 많이 뽑힐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최근 한 방송토론에서 상대에게 '여성으로서 불합리한 일 당한 적 있느냐'며 사회와 가정 내 남녀차별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인식 아닌가?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 저는 여성이 받는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하지만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됐다. 해당 책의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 아닌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의원 인터뷰.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의원 인터뷰.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 2030 남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여성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진 전 교수는 인종갈등을 부추겨 인기를 얻었던 트럼프식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제가 여성을 적대시하는 발언을 한 것이 있나? 시대에 안 맞는 할당제 폐지 등을 주장했다고 여성 혐오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 제가 2030 남성들을 이용해 정치를 할 이유도 없다."

▷ 청년 정치인으로서 2030 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계획이 있나?

"여성의 기회 평등이 침해받는 이슈가 있다면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다만 특정이 가능한 이슈여야 한다.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막연히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

▷ 야권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구혁모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남자가 더 혹은 여자가 더 차별을 받는다는 논쟁은 불공정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노는 남녀가 한목소리로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만든 저와 같은 정치인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이 난감한 이슈가 있을 때 '사회를 탓하자'는 식으로 빠져나간다.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된다. 그런 식의 대응을 경멸한다."

▷ 국민의힘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의 주장이 당 전체의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젠더 이슈가 부각되면서 여성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계속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며 양립할 수 없는 것을 동시에 말하는 정치인은 비겁한 거다. 그런 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단 하나도 없다. 저는 남녀 갈라치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남성만 편드는 것도 아니다. 제가 언제 여성을 버리자고 했나? 꾸준히 남녀의 공정한 경쟁을 확립하기 위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남성의 것을 빼앗아 여성에게 주자는 방식의 남녀 평등은 여성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