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먹인 책임 병사에게 돌리나" 비판…'20g 증량'에 혼쭐
군수뇌 "자식처럼 대하라" 당부…"훈련소 이동식 샤워시설 등 대책 마련중"
[김귀근의 병영톡톡] 잇단 '부실격리'제보에 지휘관은 휴대전화 탓…정신 못차린 軍

휴가 복귀 후 2주간 격리된 병사들을 잘 먹이고 잘 재우지 못한 군 당국의 처사는 강압을 당연시 한 채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군의 시대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입대 연령에 따라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남의 집 귀한 자식에게 기본적인 생활 보장과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대우해주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도리이다.

이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제기된 부실 급식과 열악한 격리시설 실태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젊은이들에게 국가가 과연 응당한 대접을 해주고 있는지 정면으로 묻고 있다.

◇ "휴대폰 주니 문제다, 뺏자" 일부 지휘관, 병사에게 책임 돌려
지난 18일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이라고 밝힌 제보자가 '부실 급식' 사진을 SNS에 처음 게시하면서 촉발된 부실 급식 및 열악한 격리시설의 릴레이 제보는 충격 그 자체였다.

물이 나오지 않는 화장실, 한 숟갈 분량의 불고기나물무침과 깍두기 2쪽 식단, 오물이 널린 폐건물 격리시설 등 충격적인 고발이 꼬리를 물었다.

매주 3천500여 명 가량 입소하는 육군훈련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샤워는 고사하고 화장실 이용 시간까지 제한, 훈련병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시민단체 고발도 나왔다.

현역 군인과 시민단체 등의 문제 제기 사례를 보면 결과적으로 국방부와 각 군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격리자 처우 문제를 가볍게 생각한 측면이 강하다.

야전부대 지휘관들도 격리된 병사들의 급식이 충분한지, 격리 시설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꼼꼼하게 살폈어야 했다.

격리되지 않는 병사와 동일하게 식단을 제공하고,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도 허용했어야 한다.

격리 시설도 마땅한 곳이 없다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거나 해체된 부대 시설에 눈을 돌리지 말고, 부대 내 건물에 별도로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했어야 한다.

격리된 병사들이 마치 '확진자'가 된 것처럼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됐다.

부대 내 건물의 한 층을 격리 시설로 한다든지, 같은 층이라도 벽을 세워 공간을 분리하는 방안도 생각했어야 한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잇단 '부실격리'제보에 지휘관은 휴대전화 탓…정신 못차린 軍

그러나 야전부대 일부 지휘관들은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허용한 국방정책을 탓한다고 군의 한 소식통이 1일 전했다.

일부 지휘관들은 "휴대폰을 주니 문제다, 뺏어야 한다"는 얼빠진 소리까지 한다는 전언도 이어진다.

사실 코로나19로 장기간 휴가와 외출 외박을 통제했을 때 군에서 큰 사고가 없었던 데는 휴대전화의 공이 작지 않다.

갇혀 있는 장병들이 그나마 휴대전화로 외부와 소통하며 '코로나 블루'(코로나19 확산으로 생긴 우울감)를 해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지휘관들의 인식에 대해 "잘 못 먹인 지휘관들이 왜 병사들에게 책임을 돌리냐"는 강한 비판이 나온다.

일선 부대 지휘관들이 조금만 더 세심하게 배려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확산하지 않았을 거란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 국방부의 코미디 같은 '20g 증량' 해법…"장난하냐" 비판도
문제가 터졌을 때 국방부와 각 군 본부의 늦장 대응과 부실 대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처음 제보가 올라왔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국방부는 지난 26일 서욱 장관 주관으로 '코로나19 대비 군 방역태세 강화를 위한 긴급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 후 격리 장병 대상 선호메뉴를 10∼20g 증량 배식하겠다는 등의 대책이 나왔다.

꼭지를 딴 작은 딸기 한 알, 음료수 1캔에 들어가는 설탕량, 조랭이떡 두 알 정도가 20g 분량이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잇단 '부실격리'제보에 지휘관은 휴대전화 탓…정신 못차린 軍

국방부가 왜 10~20g 증량 대책을 내놨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국방부는 아마도 '많은 양'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방안을 내놓은 듯하다.

그 아이디어를 낸 담당 부서에서 20g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실제 확인해봤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런 대책에 "장난하냐", "감방만도 못하다" 등의 비판 목소리가 온라인을 달군 것은 당연한 결과다.

결국 부실 급식 폭로 열흘만인 지난 28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공식으로 사과했다.

서 장관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남 총장은 "장병 기본권까지 침해하게 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잇단 '부실격리'제보에 지휘관은 휴대전화 탓…정신 못차린 軍

◇ "육군훈련소에 이동식 샤워컨테이너 설치" 등 대책 강구중
국방부는 예산 소요가 급한 부대는 즉각 조치하고,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 격리자 처우 관련 예산을 늘려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본부도 육군훈련소와 예하 부대 등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남 총장은 "자식처럼 병사들을 대하라"면서 각급 부대 주요 지휘관에게 현재의 방역관리체계를 제로베이스 수준에서 진단 및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육군은 이번 논란 이후 육군훈련소에 대해 입소 2일차 시행하는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가 3일차에 나오는데 이때 음성이면 샤워를 허용했다.

훈련소는 입소 2일차, 10일차 등 두 차례 PCR 검사를 하고 있다.

그간 훈련병들은 2차 PCR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샤워할 수 없었다.

입소 10일 뒤에야 샤워를 할 수 있었는데 3일차에 음성이 나오면 바로 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입소 사흘 동안 금지된 양치와 세면도 입소 첫날부터 허용할 방침이다.

물론 시간제한을 뒀던 용변도 급할 경우 언제든 허용된다.

입소 3일차에 음성 판정이 나오는 인원이 샤워장에 대거 몰릴 것에 대비해 '이동식 컨테이너 샤워 시설'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물론 대·소변 처리가 가능한 시설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육군훈련소에 대한 이런 대책은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개혁2.0에 따라 일선 야전부대 해체로 신병교육대까지 없어지면서 육군훈련소로 인원이 몰리고 있다.

매주 3천500여 명이 입소한다고 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입소자를 수용할만한 공간과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육군훈련소로 몰리는 입소 인원을 분산하던지, 시설을 더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군 관계자는 "육군훈련소는 좁고 낙후된 시설에 1개 기수당 700~800명을 교육하고 있어 3밀 현상(밀접·밀집·밀폐)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라며 "3밀 현상 해소와 방역 조치를 위한 과도한 통제보다는 훈련병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역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훈련소 입소 후 코로나19 격리기간과 야간 및 휴일(토·일요일)에 일정 시간 휴대전화 사용을 승인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 육군훈련소 시설과 급식, 훈련장 관리 등을 과감히 외주 업체에 맡기고, 훈련소는 정병 육성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육군훈련소는 작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14만여 명의 훈련병이 거쳐 갔다.

이들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3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육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격리하는 병사들이 심리적인 고립감,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일선 부대 지휘관들이 '자식이라는 입장에서 보자'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잇단 '부실격리'제보에 지휘관은 휴대전화 탓…정신 못차린 軍

야전부대 대책과 관련,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PCR 검사 후 1∼2일 격리되는 병사들에게 서적 등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일과 중 휴대전화도 허용할 방침이다.

휴가 복귀 후 코호트 격리 생활을 하는 병사들에게도 일과 중 휴대전화를 주는데 대대장 이상 지휘관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부대 지휘관마다 성향이 달라 휴대전화가 일괄 허용되지 않을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국방예산은 전력운영비 35조 원, 방위력개선비 17조 원 등 52조 원이다.

최첨단 무기를 사들여 운용하는데 엄청난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정작 청춘을 바쳐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장병 1인당 급식비는 하루 8천790원(한 끼 2천930원)으로 초등학생(3천768원), 중학생(5천688원)보다 낮다.

더군다나 첨단 전투 장비를 운용하는 것은 장병(전투원)인데 이들이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설·급식·피복·복지분야 등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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