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안보동맹→산업동맹' 갈림길에 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와 백악관이 30일 발표했다.

미국이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력체)’와 ‘반도체 동맹’ 등으로 중국 포위전략을 펼치는 와중에 열리는 두 정상 간의 첫 대면 회담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 한·미 관계를 기존 안보동맹에서 산업동맹으로 확대·전환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포괄적이고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수석은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한 한·미 간 긴밀한 공조 방안을 비롯해서 경제·통상 등 실질 협력과 기후 변화, 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대응 협력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문 대통령의 방문은 양국 간 철통 같은 동맹과 정부·국민·경제의 광범위하고 깊은 유대를 부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 간 ‘주고받기’를 놓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수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원과 남북 관계 및 미·북 관계 개선 등을, 미국은 한국의 반(反)중 노선 동참과 한·일 관계 개선 등을 논의 테이블에 꺼내들 태세다.

韓·美 '안보동맹→산업동맹' 갈림길에 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對)중국 압박’에 적극 동참하기로 하고 미국으로부터 1억 회 분량의 백신 추가 공급을 확약받았다. 한국도 안보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 한국이 경우에 따라 양자택일의 기로에 설 가능성도 있다.

이번 회담의 성패에 따라 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레임덕에 들어설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29%로, 취임 후 처음으로 30% 선이 무너졌다.

임도원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