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본소득'에 이낙연 '新복지' · 정세균 '기초자산' 맞불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주장에 맞서기 위한 복지 분야 복안을 내놨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신(新)복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기초자산’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일각에선 복지정책을 둘러싼 여권 주자들의 선명성 경쟁이 심화할 경우 포퓰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국민생활기준2030 범국민특위는 30일 간담회를 열고 첫 활동 결과를 내놨다. 국민생활기준 특위는 이 전 대표가 ‘신복지’를 주창하면서 출범시킨 위원회다. 특위 공동위원장인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8개 영역에서 검토할 정책과제를 선정했다”며 “9월까지는 구체적인 국민생활기준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차원의 특위이긴 하지만 신복지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 전 대표의 복지정책 로드맵을 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대표의 신복지 구상은 소득·주거·교육 등 8대 생활영역에서 적정 기준을 제시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특위는 이날 아동수당 확대, 근로빈곤계층 지원 등을 소득 분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경쟁 주자인 이 지사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보편적 복지와 차별화하는 방향이다.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 사회수석을 지내고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이 전 대표의 요청으로 특위 활동을 시작했다”며 “명실상부한 민주당의 핵심 공약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복지=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못박아 이를 주도하는 이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다.

또 다른 대권주자인 정 전 총리는 사회초년생에게 1억원을 기초자산으로 지원하자는 정책을 제안했다. 정 전 총리는 전날 광주 강연에서 “모든 신생아가 사회초년생이 됐을 때 부모 찬스 없이도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는 연대기금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정책 이름은 ‘미래씨앗통장’이라고 붙였다.

지난 16일 총리직에서 내려온 뒤 처음으로 밝힌 공약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라디오에서도 “재원 대책까지 포함해 완결된 정책을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했다. 국민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전 국민 공부계좌’ 형식으로 지급해 역량 계발을 돕는 정책도 제안했다.

기본소득을 내세운 이 지사에 대응하기 위해 여권주자들의 행보가 빨라지는 양상이다. 이 지사는 28일 경기도 주최로 기본소득 박람회를 여는 등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 시리즈’를 내세워 대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이 지사는 박람회에서 “기본소득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경제정책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복지공약을 둘러싼 여권 대권주자들의 선명성 경쟁이 심해질 경우 결국 퍼주기 공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앞다퉈 표심을 노린 현금 지원 공약을 쏟아내면서 차기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고은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