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박원순 흔적 지우기 나서
태양광·도시농업 사업도 제동
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주요현안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주요현안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10년 만에 서울시청으로 복귀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격적으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취임 직후 박원순 전 시장이 사용하던 침대를 치우며 박 전 시장과 차별화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서울시는 2012년 8월 시청 본관 준공 당시 시장실에 별도로 수면실(10m²)과 세면실(5m²)을 마련하고 침대, 수납장, 휴게의자 등을 설치했다. 이 공간은 지난해 7월까지 박 전 시장만의 전유공간이었다. 이 침실은 박 전 시장이 비서를 성추행한 장소로 지목됐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재난 상황 등 시장이 시청에서 24시간 대기하는 경우를 대비에 수면실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오 시장은 철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책상 위 서류더미를 쌓아 놓고 업무를 봤지만 오 시장은 취임 후 서류들을 모두 치웠다.

오세훈 시장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집무실 책상 위가 휑하다'는 말에 "책상이 깔끔해야 일도 효율적으로 하지 않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오세훈 시장은 명함에서 박원순 전 시장이 선정한 시 공식 브랜드 'I·SEOUL·U'(아이서울유)도 뺐다. I·SEOUL·U는 오 시장 취임 후 서울시 홈페이지 시장 소개란과 내부 행정 포털에서도 사라졌다.

I·SEOUL·U는 문법에 맞지 않는 콩글리시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박 전 시장이 밀어붙인 시 브랜드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박원순 전 시장 장례식을 기관장으로 치르게 한 책임자 등을 문책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오 시장은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갖고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 정책 중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태양광 미니 발전소 사업, 도시농업 사업 등도 보류·폐기할 예정이다.

또 박 전 시장 임기 중 서울시에 등록된 시민단체 수나 지원 규모가 지나치게 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개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시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원전 1기 설비 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로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이른바 '태양의 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면 설치비의 최대 75%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태양광 업체만 이득을 본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친여 업체'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은 도시농부 100만명 시대를 열겠다며 총 10곳의 도시농업 시설을 설치했지만 낮은 경제성과 주민들의 외면으로 5년 만에 과반이 폐쇄되기도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