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2주 장고 끝 강성파 정청래 대신 박광온 게이트키퍼 전진배치
법사위 칼자루, 온건 친문 박광온에…협치·개혁 쌍끌이과제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차기 법사위원장으로 대표적 강성파 친문인 정청래 의원이 아닌 온건 성향의 친문인 3선의 박광온 의원을 선택했다.

이 같은 낙점 배경엔 무엇보다 여야 협치와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입법 완수라는 두가지 목표의 병행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사위원장 인선은 민주당 입장에선 4·7 재보선 참패 후 여야 관계를 가늠할 첫 시험대이면서 동시에 현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뒷받침할 동력 유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윤호중 원내대표는 인선 막판까지도 박 의원과 정청래 의원을 두고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인선 확정에 이르기까지 원내대표 경선이 이뤄진 지난 16일 이후 2주 가까이 소요됐고, 발표 직전까지 철통 보안이 지켜진 것 자체가 고민의 깊이를 반영해준다.

민주당은 윤 원내대표의 바통을 이어받게 된 박 의원을 내세워 입법 전쟁의 게이트키퍼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겨주진 않더라도 원만한 대야 관계를 설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4·7 재보선 참패로 싸늘한 민심의 현주소가 확인된 상황에서 강성·원칙론자로 분류되는 전임자 윤 원내대표에 이어 후임 법사위원장 역시 연달아 강경파로 채워지는 것은 부담이라는 당내 우려가 있었다.

거여의 일방통행식 '입법 독주'에 대한 비판론이 적지 않은 가운데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가 계속 '강 대 강' 대치의 장으로 흐른다면 여야 관계는 물론국민 여론상으로도 좋을 게 없다는 현실인식이 고려된 셈이다.

실제로 법사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선수·나이 순으로 상임위원장을 배정해온 관례상 정 의원이 일순위로 꼽혔지만, 당 안팎에선 대야 강경파보다는 온건파를 내세워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안론이 확산됐고 이 과정에서 '박광온 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아울러 박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이었던 국정자문기획위원회 대변인 및 경제분과 위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미 작년 6월 과방위원장으로 선출된 적이 있지만, 같은해 8월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위원장직을 두 달 만에 사임했던 만큼 다시 위원장을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당의 판단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외부적으로는 원만하고 내부적으로는 개혁과제를 잘 이해하는 인물을 인선해 약 10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