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포기"→"어떤 역할이든"…안철수, 합당 셈법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대선 정국에서의 본인 역할을 두고 미묘한 화법 변화를 보여 눈길을 끈다.

당원 여론 수렴을 마치고 야권 통합을 향한 행보를 본격화한 가운데 대선 출마를 고려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해 국민의힘과의 주도권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20일 기자회견에서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의사를 접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읽혀졌다.

그러나 4·7 재보선 이후 향후 행보에 대한 발언이 달라졌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문제를 거론하면서 "연출, 주연, 조연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는 비유적 언급을 반복하고 있다.

주연, 즉 대선 후보로 직접 나설 수 있다고 다시 여지를 남긴 셈이다.

여기에는 야권이 정권 교체를 위해 유력 주자인 안 대표를 대선 후보 경선판에 호출할 수밖에 없다는 기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측근인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라디오에서 "야권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안 대표가 빠진다면 흥행이 별로 안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발신한 야권 통합 메시지가 의미심장하게 읽혀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본인의 진로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전국 순회 당원 간담회와 최고위 논의를 거쳐 지난 27일 "원칙 있는 통합"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에 당대당 합당을 요구키로 한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의 화법 변화와 맞물려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해 "더 큰 기호 2번"의 신당을 만들고, 직접 대권 주자로 뛰는 구상이 그려진다.

이는 지난 재보선 승리가 야권 후보 단일화 덕분이며, 안 대표가 단일화 시너지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자체 평가 때문에 가능한 셈법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내부 반응은 탐탁지 않은 분위기다.

당명과 정강정책 변경을 원하는 안 대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을뿐더러 자강론이 고개를 들면서 야권 통합에 대한 열기도 잦아드는 흐름이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당분간 대표 대행을 맡을 원내대표 경선주자들 사이에서도 "야권 통합이 당장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라는 식의 얘기가 나온다.

이에 따라 만일 안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당대당 합당을 시도하고 대권 도전의 운을 띄우더라도 상황이 녹록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안 대표가 제1야당 밖에 있으면 사라질 수 있다고 위기감을 느끼는 것 아닌가"라며 "그러나 안 대표가 들어오면 우리 당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