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럽연합(EU)의 입법기관인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과 화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럽연합(EU)의 입법기관인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과 화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병석 국회의장(사진)이 의장 몫의 언론계 인사 추천에 연일 자신의 대전고 동문을 추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추천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의장 몫 언론계 인사 추천에 연이어 대전고 출신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의장이 최근 논란을 빚은 인사 추천은 연합뉴스 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이하 진흥회) 이사 자리와 방송통신심의위원 등이다. 대전고 출신의 박 의장은 연일 대전고 동문에게 의장 몫 자리를 추천하고 있다.

박 의장은 최근 대전고 출신의 전종구 전 대전 시티즌 사장을 진흥회 이사에 추천하기로 했다. 박 의장은 당초 이광복 전 연합뉴스 논설주간을 추천했으나 당사자 사퇴 의사를 이유로 전 전 사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사장은 박 의장과 살아온 궤적이 모두 겹친다. 대전고, 성균관대, 중앙일보 후배다. 2006년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대전 중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적도 있다. 박 의장 역시 대전 서구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뉴스통신진흥회법상 8명 이사 중 3명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한 사람을 임명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이에 지난 23일 박 의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마저 박 의장 비판하고 나서

연합뉴스지부는 "얼빠진 결정에 연합뉴스 구성원의 대표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정치인을 진흥회 이사로 추천하는 것은 "정당의 당원은 연합뉴스 대표이사나 진흥회 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한 현행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의 취지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 의장은 지난 2월에도 방통심의위원으로 대전고 출신 인사를 연달아 추천하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박 의장은 당초 제5기 방통심의위원으로 대전고 동문인 이장석 전 목포 문화방송(MBC) 사장을 추천했었다. 그러나 언론노조 등은 이 전 사장이 보수 정부 당시 보도국장 등을 역임하며 MBC 보도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지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스스로 내정을 철회했다.

박 의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재차 대전고 동문인 김윤영 전 원주 MBC 사장을 방통심의위원으로 추천했다. 김 전 사장은 프로그램 출연 대가로 주식을 헐값에 매입해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보도된 이후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인사 추천 상의 문제로 현재까지도 5기 방통심의위는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식 밖의 인사" 비판에 박 의장 측 "능력 위주 인사"

이 같은 박 의장의 연이은 '대전고 사랑' 행보에 야권과 전문가들은 "상식 이하"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죽하면 더불어민주당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산하 언론노조에서도 비판을 하고 있는가"라며 "박 의장은 사심 가득한 인사 추천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박 의장이 인사를 원칙적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라면 분명히 고려를 했어야 했다"며 "본인의 동문이더라도 적합하다고 느껴지면 비판이 안 나 왔을 것 아니겠는가. 사의를 표명했었던 분들은 모두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다. 국민적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인사"라고 꼬집었다.

박 의장 측은 이 같은 비판과 관련해 "박 의장은 개인적 인연보다는 능력에 맞는 분, 자격에 맞는 분 인사를 해왔다"며 "이번 인사 추천도 능력과 자격에 맞는 분들 위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