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시대가 스마트폰 시대가 됐는데도, 예전 PC개발자가 여전히 하던데로만 하면 어떻겠습니까"

27일 국회에서 만난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의 '초선열풍'에 대해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초선들을 향한 '동남풍'이 부는 것 자체가 정치권에 중대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과 국회의 사이가 마치 '물과 기름' 처럼 이렇게 간극이 컸던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국민들은 정치권을 향해 '세대교체 해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라' 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는 정치를 위한 정치뿐 아니라 모든 문제 해결하는 곳이어야"

이 의원은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을 지내기도 한 벤처기업인 출신 정치인이다.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의 1년간의 소회와 관련 "여의도 정치가 이렇게까지 '갈라파고스화' 돼 있다는 건 몰랐었다"고 했다.

그는 국회가 모든 문제가 논의되고 해결될 수 있는 장이어야하지만 그렇지 못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은 '교육을 위한 정치' '경제를 위한 정치' '산업을 위한 정치' 등 다양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원했지만 여의도는 오직 이슈가 되는 현안만을 쫓고, 정무적 다툼에만 매몰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안과 정무적 다툼이 아닌, 당장은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비전을 논의하는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선 열풍에서 비쳐지는 건 그러한 의미라고 본다"며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주고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인을 원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아예 사람을 바꿔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PC개발을 하던 사람은 새롭게 배우고 변하지 않으면 안드로이드와 ios를 다루는 스마트폰 개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국민들은 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한데, 자꾸 PC처럼 만들려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진 선배들과 초선들 모두 이러한 대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 정책에 있어서는 차라리 손을 떼는게 낫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국회와 정부의 벤처정책에 있어서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벤처인 출신 정치인으로서 국회·정부의 벤처 정책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이 의원은 "국회와 정부는 차라리 벤처·산업 정책 등에서 손을 떼는게 낫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달리면서 걸릴 수 있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역할만을 하는게 낫다”며 “부족한 논의과정·인력·전문성 등을 가지고 부실 법안을 만드느니,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일단 풀어주고 이후 수정보완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벤처 정책 같은 실용적인 문제도 지나치게 '진영논리'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처음 벤처 활성화를 위해 발의한 법안도 시간이 지나면 옛 진영논리에 휩싸이게 된다”며 “벤처법안이 나중에는 ‘재벌 논란’으로 막히고, 신산업 관련 법안도 구산업 이해관계자들의 ‘표’로 인해 막힌다”고 했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역시 비슷한 ‘재벌세습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는 “항암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 있다면 부작용을 줄이려고 노력해야지, 치료 자체를 없애려 하면 안된다”며 “30~50년 후의 긴안목을 보면서 진영논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내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내수비즈니스’인 정치가 산업을 다룰 때는 틀에 갇히게 되는 걸 늘 경계해야한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글로벌 트렌드를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는 곳이지만 정치와 달리 산업의 영역은 국경이 파괴됐기 때문”이라며 “표만 생각하면 임박한 선거를 이길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후퇴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당장의 현실보다는 '대의'와 '명분'을 쫓는 정치가 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정치에서 제일 필요한게 대의라고 생각한다"며 "과감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일정기간 희생이 되더라도, 언젠가는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변화의 사이클이 돌때까지 어쨋든 누군가는 첫삽을 떠야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