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분노제보' 잇따라…육군본부 "전부대 격리시설·급식 전수조사"
[김귀근의 병영톡톡] 휴가후 격리병사 '부실 급식'에 혼쭐난 군
휴가 를 마치고 복귀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일정 기간 격리되는 병사들에게 제공하는 급식과 격리시설 등이 열악하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런 '분노 제보'가 속속 올라오고 있으나, 급식 및 시설 등에 대한 예산과 정책의 콘트롤타워인 국방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표명이나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25일 "휴가를 다녀와 격리된 병사들의 처우 문제 논란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만 했다.

다만, 제보로 직격탄을 맞은 육군은 전 부대의 격리시설과 급식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 "물 안나오는 화장실" "감방이랑 머가 다른가"…제보 속출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올라온 제보 내용은 군이 코로나19에 대처해 격리시설 및 격리자 급식 등의 대비가 소홀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24일에는 25사단 예하 모 포병부대의 열악한 격리시설 실태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휴가후 격리병사 '부실 급식'에 혼쭐난 군
이 제보자는 "최근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격리 중 체온 이상, 코로나 유증상, 단독 휴가 복귀자 등을 따로 격리하기 위해 저희 대대에서 옛 BOQ(간부숙소) 건물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처음 그 건물에서 생활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4시간 동안 닦아도 없어지지 않는 바닥의 먼지와 오염물, 물이 나오지 않는 화장실, 담배꽁초로 막혀버린 하수구, 용수철이 다 망가져 잘 때마다 허리가 너무 아픈 침대, 거미줄 낀 옷걸이 등등 이곳이 사람이 살 수 있는 건물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건물을 격리 건물로 사용한 지 2년째 되어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휴가 복귀자에 대한 격리가 시행되고 건물을 사용한 지 꽤 되었는데도 부대에서는 어떠한 보수 공사나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같은 날 공군 수도권 부대의 저녁 도시락이라는 사진도 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일회용 스티로폼 도시락에 밥과 한 숟갈 정도의 불고기, 깍두기 2쪽이 담겨 있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휴가후 격리병사 '부실 급식'에 혼쭐난 군
앞서 지난 18일에는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이라고 밝힌 제보자의 '부실 급식' 제보에 이어 22일에는 1사단 예하 부대 소속 병사라는 제보자가 폐건물에서 격리 생활을 했다는 경험담을 올렸다.

1사단 제보자는 "얼마 전에 휴가를 다녀와서 현재 격리 중인데 예전에 다른 대대가 쓰던 폐건물이었다"며 "처음 도착했을 때 생활환경은 처참했다.

물은 손 씻기와 양치만 겨우 할 수 있게 물탱크 트레일러만 있었고 화장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더러운 이동식 간이 화장실 2칸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활관 안에는 더러운 먼지, 분진 가루, 각종 알 수 없는 쓰레기들이 침상 위와 바닥에서 굴러다녔다"며 "부대에서 가져온 청소 도구로는 해결할 수 없어서 각자 개인이 가져온 물티슈로 잠자리를 4시간 동안 청소했다"고 말했다.

다만 "격리 2일차 오후에 상급부대 지침으로 부대로 당장 복귀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급하게 다시 짐을 쌓고 돌아와서 뉴스를 보니 다른 대대에서 저희처럼 폐건물에서 격리 생활을 하다가 논란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저희 대대도 언론에 노출될까 봐 급하게 복귀시킨 게 아닐까 추측된다"고 적었다.

이밖에 51사단 예하 여단 소속이라는 제보자는 같은 페이스북에 일회용 도시락 용기에 제공된 급식 사진을 올린 뒤 "휴대전화도 반납하고 TV도 없고, 밥은 이런 식인데 감방이랑 뭐가 다르죠. 휴가 다녀온 게 죄인가요"라고 항의했다.

12사단 모 부대 소속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식사할 사람이 120명이 넘는데 햄버거빵을 60개만 줘서 취사병들이 하나하나 뜯어 반으로 갈라 120개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24일 격리된 병사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자는 '국군 장병들에게 기본 식단이 알맞게 제공되는 합당한 대우를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매년 50조 원이 넘는 예산을 국방에 쏟고 그 중 1조6천억 원이 장병들 식단에 쓰인다.

올해 장병들 하루 식단은 8천790원으로 규정되어 있고 따라서 한 끼는 2천930원의 식단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진들 속 식단들은 그 2천930원 조차도 지켜지지 못한 채 제공되고 있다"며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의 식단이 어째서 감옥에 있는 범죄자들 식단보다 부실한 건가요?"라고 질타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장병 1명의 하루(3식) 급식비는 8천790원이다.

한 끼 단가는 2천930원꼴이다.

중·고등학교 급식 단가의 절반가량이며,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한 잔 값도 못 되는 수준이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휴가후 격리병사 '부실 급식'에 혼쭐난 군
◇ 육군본부 "부대별로 격리시설·급식 실태 일체 점검"
육군은 격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문제가 논란이 되자 부랴부랴 전 부대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남영신 참모총장 지시에 따라 "부대별로 장병 급식 관련 부식 청구 및 수령, 보급 체계를 정밀 점검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 개선 및 확인 점검 체계를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육군 측은 25일 전했다.

육군은 "육군본부 차원에서 장성급 지휘관 주관하에 격리 및 급식 실태에 대한 일체 점검을 지시했다"면서 "아울러 육군본부 인사·군수참모부에서 긴급 화상회의 개최와 참모 서신 발송 및 지시 공문 하달 등을 통해 격리 장병 관리 및 급식과 관련한 확인 및 준수사항을 재차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휴가후 격리병사 '부실 급식'에 혼쭐난 군
세부적으로는 급식 인원 파악과 급식 청구, 수령, 배식 등 일련의 과정에서 '급양 담당관→주무 부서장→지휘관'으로 이어지는 삼중 확인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또 책임 간부에 의한 현장 배식 상태 감독을 강화했다.

부대별 자율운영 부식비(현금 예산)와 중앙조달품(라면, 참치, 맛김 등)을 활용한 추가 급식 제공 등도 지시했다.

아울러 격리·경계·작업 인원 등 열외 병력에 대한 급식 지원도 소홀하지 않도록 확인할 것이라고 육군은 강조했다.

육군은 "부대별 격리시설 및 급식 관련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보완 요소를 도출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주기적인 실태 점검과 상급 부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등 부대 관리 전반에 대해 더욱 더 세밀하고 정성 어린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날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해군 상륙함이 속한 평택 2함대사령부를 찾아 병사식당에서 격리 장병들에 지원되는 도시락의 내용물, 포장 상태, 배송, 분배 절차 등을 확인했다.

서 장관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의 생활 여건 보장은 지휘관들이 책임져야 하는 가장 기본"이라며 "격리된 장병들이 먹고 자는 것은 물론, 격리 생활 중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끼지 않도록 각별한 정성과 책임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김귀근의 병영톡톡] 휴가후 격리병사 '부실 급식'에 혼쭐난 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