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후정상회의서 공식 선언…구체적 상향 목표 언급엔 '신중'
산업계 피해는 기후기금 조성해 최소화…업종 전환 업체도 지원
온실가스 감축목표 연내상향, 국제흐름 고려…각계 협의 거칠 듯
정부는 22일 미국이 주최하는 화상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하는 방안을 올해 하반기에 확정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5년 전까지 NDC를 상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공식적으로 상향 기간을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산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줄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방안을 조기에 확정짓기로 한 것은 저탄소 경제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거부할 수 없는 흐름과 국내 경제의 대응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 국제흐름 등 고려해 감축 목표 전격 상향…구체적 목표 제시엔 '신중'
국제사회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 나아가 1.5℃ 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 협정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유엔에 자국의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NDC를 제출했다.

NDC는 목표 달성 여부를 5년마다 점검·평가받아야 하는 강제성이 있는 목표다.

우리나라가 유엔에 지난해 제출한 NDC는 5억3천600만t으로,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하는 것이다.

이는 2010년 대비 18.5% 감축하는 것에 불과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50년 탄소중립(실질적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해 2030년 중간 목표치로 권고한 45%에 한참 못 미친다.

이에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명시한 LEDS를 제출하면서 NDC 또한 2025년 이전에 상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임을 명시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감축 시나리오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 시나리오를 토대로 NDC 상향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런 결정은 국제적 흐름과 이해관계자 간의 사회적 합의 등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NDC 상향을 추진하는 등 NDC 상향을 피할 수 없는 국제적인 흐름"이라며 "NDC 상향을 연내 조속히 확정해야 탄소중립 방향성에 부합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의 안정적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가 IPCC가 권고한 대로 45% 수준까지 감축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상향 수준을 논의하기 이르다"며 "사회, 경제에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상향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연내상향, 국제흐름 고려…각계 협의 거칠 듯
◇ 경제영향 분석, 각계 협의 등 거친 뒤 수준 결정…"경쟁력 제고 기회"
정부는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 및 합의를 거쳐 NDC 목표를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산업계 등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목표 설정을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기업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기업과 소통할 채널을 계속 마련해왔다"며 "탄소중립전환추진위원회를 12개 산업을 대상으로 발족했고, 산업별로 탄소중립과 관련한 과제를 도출해 공감대 형성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탄소중립 관련 산업 및 기업과 소통을 계속 강화하면서 NDC 및 탄소중립 관련 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산업부는 아울러 연말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구조전환 전략을 마련하고 도출되는 여러 과제를 '탄소중립 산업구조 전환 촉진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구현할 계획이다.

정부는 선도적인 탄소중립 추진이 오히려 우리나라의 국제적 경쟁력 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최근 EU가 탄소국경세 도입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 또한 온실가스 감축과 무역 연계를 검토하는 등의 국제적 동향을 고려했을 때 선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곧 무역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만간 출범할 탄소중립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업, 시민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협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기후기금 조성해 산업계 지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는 것은 산업계 등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정부는 산업계가 견뎌야 할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후위기대응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설비를 마련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기금은 기업의 저탄소화를 돕고,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좌초산업'이 대체·유망분야로 사업을 전환하는 데 주로 지원된다.

아울러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하는 데 따른 취약 분야에서 근로자를 지원하는 데에도 기금이 활용될 예정이다.

기후기금 규모나 재원 조달 방식, 기금의 사용처 등은 현재 관계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상태다.

기본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수입을 기본으로 하되, 다른 기금이나 회계에서 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연구 용역을 통해 탄소에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세제와 부담금, 배출권 거래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탄소 가격 체계도 재구축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사업이 탄소 감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고 그 결과를 예산서와 결산서에 담도록 하는 탄소인지예산제도 등 탄소의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고려한 재정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들어갈 재원 마련을 위해 녹색금융공사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있다.

금융위원회 이세훈 금융정책국장은 이와 관련 "관련 논의는 아직 검토 단계"라면서 "필요한 경우 녹색금융을 전담하는 기구를 지정하는 방법 등 옵션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