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코로나 이후 포용적 회복 달성을 위해) 포용성이 강화된 다자주의 협력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2021년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식에 영상메시지를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에서 ‘아시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나라들은 보아오포럼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의 정신을 실천해왔다”고 설명했다. 구동존이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외교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사자성어다.

이를 위해 ‘포용성이 강화된 다자주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에는 자국 경제를 지키는 담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세계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존과 새로운 번영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느 한국가도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 다자주의를 주장하는 중국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 셈이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등 원칙을 갖춘 국가간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뜻에서 ‘원칙적 다자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신기술과 혁신 거버넌스 협력’도 미·중 기술전쟁 가운데 성급한 메시지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생산·공급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더욱 빨라지면서 기술 발전과 혁신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허출원 5대국 중 한·중·일 3개국이 포함될 만큼 아시아는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된다면 미래를 선도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 정상회담에서 5세대(G), 반도체 인공지능 등 핵심첨단산업에서 협력하겠다고 합의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 등 혁신산업에서 중국을 빼는 재편을 얘기하고 있는데 한국이 아시아 국가협력 강화를 얘기하면 엇박자가 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줄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명백하게 다른 어젠다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메시지가 나가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며 "한·미 정상회담 역시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처럼 모호하고, 원칙적인 수준 이상의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메시지와 반대로 보아오포럼 참석은 개막식 1시간 전인 9시반에 알린 것은 미국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오는 22일 미국에서 개최되는 기후정상회의, 다음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등은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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