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급진 페미니즘 탓?…진중권 "질나쁜 포퓰리즘"
與, 군 복무 '이대남' 구애작전

4·7 재보선 승패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20대 표심'을 놓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보 성향이면서도 투표율이 낮다는 기존 통념은 일단 뒤집혔다.

외견상으로는 내년 3월 대선에서도 보수진영에 유리할 수 있지만, 손익계산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본질적으로 이분법적 진영론에서 자유로운 세대라는 게 변수다.

게다가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표심이 엇갈린다는 점에서 여야의 셈법은 한층 복잡하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페미니즘 논쟁' 역시 20대 남녀의 젠더 이슈와 맞물린 모양새다.

재보선 뒤흔든 20대 표심…대선길목서 페미니즘 논쟁 점화
◇ 20대 젠더이슈, 페미니즘 논쟁으로 확산
당장 '페미니즘 논쟁'에 불이 붙었다.

대표적인 정치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이준석 전 오세훈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의 SNS논쟁이 불씨가 됐다.

이준석 전 본부장은 민주당의 패인에 대해 "2030남성의 표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하다 나온 결과"라며 "성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20대 남성 표가 갈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20대 남성 상당수가 반발했던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제동을 가한 셈이다.

그러자 진 전 교수는 "아주 질 나쁜 포퓰리즘"이라며 국민의힘 내에 여성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안티 페미니즘'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남 표심 얘기만 떠들어대고, 이대녀 표심 얘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서 남성우월주의 사회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20대 마음을 이끌었다는 안도보다는, 왜 여전히 이대녀 표심을 얻지 못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적은 SNS 글을 공유하며 "남조선 것들아 보고 좀 배워라"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재보선 뒤흔든 20대 표심…대선길목서 페미니즘 논쟁 점화
◇ 떠나간 이대남 붙잡으려…與일각 "남녀평등복무제"
민주당은 '이대남'을 잡기 위한 구애 작전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선두에는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박용진 의원이 있다.

박 의원은 19일 출간한 저서에서 남녀 모두 100일가량 기초군사훈련을 실시하자는 내용의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내놔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 개별의원 차원에서도 군 가산점을 재도입하거나, 군 경력을 인정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청년 관련된 여러 정책 의제들이 논의되고, 정부 정책으로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지를 뒀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이대남을 위해주는 척하면서 그들을 '조삼모사' 고사의 원숭이 취급하는 것"이라며 "이게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너희들이 끄집어낸 교훈이냐"고 맹비난했다.

재보선 뒤흔든 20대 표심…대선길목서 페미니즘 논쟁 점화
◇ "정쟁보다는 건강한 논쟁이 될 수도"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9일 통화에서 "그동안 정치권에서 이런 페미니즘 논쟁이 많이 없었다"며 "선거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페미니즘 논쟁은 상당히 건강한 정치 담론이고, 각 정당의 입장 재정립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우리 논리가 맞고, 상대방의 약점을 정쟁으로 삼아서 득표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것에 기성 정치권이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SNS에서 "이대남이 진보를 떠나 보수로 넘어왔다는 식의 이념 승리로 이번 결과를 파악해서는 안 된다"며 "이대남 이슈는 철저한 삶의 이슈이고, 생활 정치 이슈"라고 주장했다.

페미니즘에도 여러 조류가 있고, 또 이를 비판하는 주장에도 여러 결이 있기 때문에 각 입장을 두루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양당 일각의 주장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초선 의원들이 레디컬 페미니즘을 비판해오던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듯이, 균형적 차원에서 페미니즘 운동가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