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개각’ 이후 정치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통합형 정치인’으로 꼽히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권 말기에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만큼 국민 화합을 내세운 사면이 뒤따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전날 SNS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온누리에 부처님의 가피(加被·자비심으로 중생에게 힘을 주는 일)가 펼쳐지는 초파일이 다가온다”며 “자신의 업보로 될 두 전직 대통령도 이젠 사면하시고 마지막으로 늦었지만 화해와 화합의 국정을 펼치시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홍 의원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도 수사와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는 관례를 만든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그게 부메랑이 될 것이니 더 이상 몽니 부리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지난 8일 한 포럼에서 “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기 전 가급적 빨리 사면을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대구·경북(TK) 출신인 김 전 장관이 총리 후보자가 되면서 사면론에 점차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TK에 지지 기반을 둔 김 후보자가 사면 요구가 강한 해당 지역 민심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더 이상 사면을 미루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사면을 염두에 두고 김 후보자를 지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지난 16일 인사 발표 후 “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협치와 포용, 국민 통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전 총리의 ‘사면 건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던 지난 1월에는 한 TV 토론에서 “책임이 부족한 정치권의 모습을 바꾸는 분위기와 대통령 결단이 같이 가면 국민이 양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면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여권 내에서도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사면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 여당으로서 이제는 ‘독주 정치’를 지양하고 국민 통합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직 대통령 사면이 야권 분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 특검수사에 팀장으로 참여했던 만큼 보수층에서 사면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 여론과 더불어민주당 내 역학관계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9~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반대(55.6%)가 찬성(41.9%)보다 많았다. 또 민주당에서 지난 16일 친문 인사인 윤호중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데 이어 당대표까지 강경파가 뽑히면 지도부 차원에서 사면론이 표출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음달 2일 전당대회에서의 당대표 선출 결과에 따라 사면론에 대한 당심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