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팀 "美 전술핵 배치해야"
북한이 지난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개량형.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개량형.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오는 2027년 최대 242개의 핵무기와 수십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유사시 전쟁 초반에만 40∼60개의 핵무기로 국내의 핵심 목표를 타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됐다. 비핵화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2018~2019년에도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했다는 분석이 나오며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 비핵화를 낙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는 13일 발간한 공동연구 보고서 ‘북핵 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서 “미국 정보기관 추산치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3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는데 매년 12~18개씩 추가해 2027년에는 핵무기 151~242개를 보유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같은 추산은 2019년 말 북한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 총량과 농축우라늄 총량을 토대로 나왔다.

유사시 북한이 한국의 주요 도시에 대한 핵 공격을 통해 대응 의지를 꺾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보고서는 유사시 북한이 전쟁 초기에만 한국의 정치·군사적 핵심 목표를 40~60개의 핵무기를 이용해 타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해나가며 핵 선제 공격을 포함한 위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하는 방식 외에도 국적을 변경한 선박에 핵무기를 실어 한·미·일의 항구로 보내 폭발시키는 방식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단정했다. 정권의 생존 뿐 아니라 북한 주도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가 부여하는 영향력과 지렛대를 이용해 부유한 이웃 국가들로부터 경제적 양보를 얻어낼 수 있기를 원한다”며 “북한은 핵무기가 자산이 아닌 부담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어떤 형태의 비핵화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최대한 억제하되 억제에 실패할 경우 핵공격을 격퇴하는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미 양국은 적극적인 위협과 함께 상당 수준의 대핵무기 전력을 배치해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북한을 격퇴하고 정권을 확실히 궤멸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이 핵무기 사용 후 숨을 가능성이 높은 지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8∼10개의 전술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한국에 배치할 것이라고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던 때에도 핵개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며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기준 이미 최대 1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19 남북 군사합의 때도 (핵 포기 의사를) 분명히 했다”며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핵실험은 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 약속은 지키고 있다”며 김정은이 지난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핵 무력 증강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협상의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산연구원과 랜드연구소는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에 미국의 전략·전술 핵무기나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한·미 양국이 설정한 제한보다 많은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로 압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날 열린 웨비나에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박사는 “미국이 분명하게 핵 억지력을 확장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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