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지난해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긴급간담회에서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지난해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긴급간담회에서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중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초월적 외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반중(反中) 전선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멘토로 꼽히는 문 이사장이 이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문 이사장은 11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전선에서 대치하는 한국의 안보 부담이 한없이 커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경우) 중국은 북한 지원에 힘을 쏟을 것이고, 러시아도 가세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 한국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초월적 외교를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미·중 대립이 격화할수록 한국의 선택지는 제한되기 때문에 대립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나는 이것을 한국이 살 길인 ‘초월적 외교’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초월적 외교에 대해서는 “미·중 어느 진영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다자 협력과 지역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 미중 충돌을 막고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적극적인 외교”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북아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이 중국 일변도로 방향을 잡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일본의 외교에 대해서는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동적이고 과도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미·중 사이에서의 철저한 ‘등거리 외교’를 강조한 이같은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이사장은 대표적인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멘토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지낸 문 이사장은 지난 2월부터 세종연구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앞서 2019년 국립외교원이 주최한 국제회의에서 “만약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그 상태로 북한과 협상을 하는 방안은 어떻겠느냐”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날 “미국 편에 서면 평화 담보가 어렵다”는 발언도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 공동성명에서 중국 견제가 명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이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외 정책에 있어서 동맹 관계를 우선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마지막 조율 단계에 접어든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한국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할 것이라 밝혀왔다. 이 가운데 이날 문 이사장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는 대중(對中) 견제 정책에 한국이 전혀 동참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일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에 참가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서 실장이 이같은 요구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우리(한국)의 입장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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