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개발선언 20년만에 쾌거
설계에서 생산까지 독자 개발
내년 첫 비행…2028년 본격양산
인도네시아 300대 수출 가능성
스텔스기능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성능 개량 통해 기술 장착 가능"
국내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전투기인 ‘KF-21’이 9일 위용을 드러냈다. 2001년 정부가 국산 전투기 개발을 공식 선언한 후 20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날 공개된 시제기가 2026년까지 모든 시험 단계를 거치면 한국은 자체 기술로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세계 여덟 번째 국가가 된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마침내 완성된 전투기가 한반도 영공을 든든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KF-21의 스텔스 기능은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대북 억지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첫 국산 전투기에 ‘보라매’ 명명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9일 경남 사천에서 열린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 1호기 출고식에서 전투기를 KF-21로 명명했다. 21세기 첨단 항공 우주군으로의 도약을 위한 중추 전력이라는 의미에서다. 군용 항공기에 붙는 일종의 별칭인 통상 명칭은 공군의 상징인 ‘보라매’로 결정됐다.
이날 출고된 시제기는 앞으로 5년간 지상·비행 시험에 사용된다. 다만 첫 시험 비행은 나머지 5대의 시제기 제작이 모두 완료되는 내년 7월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 공군은 2028년까지 40대, 2032년까지 모두 12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도면상에만 존재하던 전투기가 일반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5년 KAI 주도로 개발이 본격화한 지 6년 만이다. KF-X 사업은 2028년까지 총 8조8000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무기개발 사업’으로 불린다. 2001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작됐다. 2002년 당시 공군 주력기인 KF-16보다 약간 상위급 전투기 120여 대를 개발하는 것으로 확정한 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KF-21의 외형은 길이 16.9m, 높이 4.7m, 폭 11.2m다. 미국의 F-16보다는 조금 크고 F-18과 비슷하다. 최대 추력은 4만4000lb(파운드), 최대 이륙중량 2만5600㎏, 최대 탑재량은 7700㎏이다. 유럽제 미티어(METEOR) 공대공 미사일, 독일 딜사의 공대공 미사일(AIM-2000)을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유도탄도 장착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에 달한다.
○스텔스 기능 차로 4.5세대로 분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최초 전투기라는 의미는 있지만 한계도 있다.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이 대표적이다. KF-21이 미국의 F-22, F-35 등과 함께 ‘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지 않고 4.5세대급 대접을 받는 이유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시 상태에서 스텔스 기능의 유무는 매우 중요하다”며 “경쟁 기종으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라팔도 개발 이후 끊임없이 성능 개량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갓 시제기를 출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기술 이전이 이뤄지지 않아 스텔스 기능이 없는 만큼 현존 미국산 전투기들과 1 대 1로 비교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총사업액의 20%를 부담하는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미온적 태도도 문제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분담금 6044억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채 미국·프랑스에 전투기 구매 의사를 보여 사업에서 빠질 가능성까지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KF-21은 대북 억지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센터장은 “이른 시일 안에 이 정도 성능을 갖춘 전투기를 개발한 것은 국내 항공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증거”라며 “북한의 전투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을 지녔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9일 경남 사천에서‘한국형전투기(KF-21) 시제기 출고식’을 개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전투기 개발을 천명한지 20년 만이다.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 서욱 국방장관, 강은호 방위사업청장, 안현호 KAI 사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KF-21 시제기에 대해 “자주국방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항공산업 발전의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고 했다. 또“우리 공군의 중추가 될 것”이라며 “2030년대‘항공분야 세계 7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항공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안 사장은“KF-21은 정부와 연구기관, 협력업체들이 한 팀으로 만든 성과물이자 도약대”라며 “이를 바탕으로 뉴스페이스와 친환경 에어 모빌리티, 유무인 복합체계 등 신성장사업을 추진 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출고식은 도면상에 있던 항공기의 실체가 형상화되어 일반에 처음 공개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날 출고식은 ‘하늘을 열다(天開)’즉, 하늘을 향한 원대한 도전을 이어온 대한민국의 투혼이 KF-21를 통해 부활함을 알린다는 주제로 구성됐다.KAI는 2015년 12월 방위사업청과 한국형전투기 체계개발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기본설계(PDR)를 마치고 2019년 2월 부품 가공을 시작으로 그해 9월 상세설계(CDR)를 통과했다. 시제기 출고식 이후에는 내년 진행될 초도비행을 준비하게 된다.오는 2026년 6월까지 지상·비행시험을 거쳐 KF-21 개발을 완료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독자 개발 국가가 될 전망이다.한편, 이날 시제기는‘KF-21 보라매’라는 새 이름으로 명명됐다. 공군은 시제기 출고를 앞두고 실시한 대국민 명칭 공모를 통해‘KF-21’을 고유명칭으로 결정하고 공군의 상징으로 통용되는 ‘보라매’를 통상명칭으로 정했다.KF-21는‘21세기 첨단 항공 우주군으로의 도약을 위한 중추 전력’,‘21세기 한반도를 수호할 국산전투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우수한 성능과 진화적 개발을 통한 항공전력 극대화 기대KF-21은 공군의 장기운영 전투기를 대체하고 미래 전장에서 영공수호를 담당할 차세대 전투기이다. 건군 이래 최대 규모 무기체계 연구개발 사업으로 개발비만 총 8조8천억 원이 투입되며 양산 후 공군에 납품될 예정이다.KF-21은 쌍발엔진을 탑재하고 저피탐 기술을 적용했으며, 동체 길이 16.9m·폭 11.2m·높이 4.7m로 F-16 전투기보다 크고 F-18 전투기와 비슷한 크기다.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km), 항속거리는 2900km이며, 무장 탑재량은 7.7t이다.더불어, KF-21은 국산 전투기로 독자적인 성능개량이 가능하고 국내 개발한 무장체계를 항공기에 통합할 수 있도록 진화적인 개발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 가장 큰 특장점이다.현재 국내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유도탄을 장착할 수 있는 데다 향후 부품 국산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해 운영 유지비 절감은 물론 높은 가동률을 보유할 것으로 기대된다.최첨단 국산화 기반으로 국내 항공기술력 향상에 앞장KAI는 KF-21 개발로 확보한 기술과 초도양산 1호기 가격 기준 65%에 달하는 국산화 기반을 토대로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AESA 레이더·EO TGP·IRST·EW Suite 등 주요 항전장비를 포함하여 총 85종 품목이 국산화 진행 중이다.KAI는 KF-21에 탑재하는 비행제어 및 임무장비 소프트웨어 60여개 품목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과거 T-50 고등훈련기 개발 당시에는 해외업체에 의존했던 품목이다.KAI는 항공전자통합시험실(SIL)을 활용한 레이더와 항전장비의 통합시험 시 구성품을 사전에 검증함으로써 실제항공기로 수행하는 시험의 상당 부분을 비용과 위험을 낮추면서도 안전하게 진행하고 있다.또, 4차 산업기술로 손꼽히는 조종성 평가시뮬레이터(HQS)를 개발하여 비행특성과 조종 안정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비행 중 발생 가능한 결함 등을 사전에 발견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경제적 파급효과·고용창출효과 등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본격적인 KF-21 개발착수 이후 국산화 가능 품목을 발굴하는 등 국내업체의 참여증가를 통해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2017년 무기체계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KF-21로 인한 생산유발 효과는 24조원이고 기술파급효과는 49조원으로 예상됐다.KAI가 국방과학연구소와 1~2차 협력업체 고용실적을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5년간 1만 명 넘는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났으며 작년 약 2,500여명 신규 고용으로 실업률 완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2028년까지 취업유발효과는 11만명, 경제적 효과는 2조1천억 원 창출이 예상되고 있으며, KF-21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면 1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발생함은 물론 5조9천억 원에 달하는 부가가치가 창출될 전망이다.'02.11월, 장기 신규소요 결정(제197차 합동참모회의)'15.12월, 체계개발사업 계약 체결(방위사업청-한국항공우주산업)'16.3/12월, 체계요구조건/기능검토 수행'18.6월, 체계기본설계검토(PDR) 수행'19.9월, 체계상세설계검토(CDR) 수행'21.4월, KF-21 시제기 출고첫 비행 : '22년체계개발 종료 : '26년추가무장시험 : '26년 ∼ '28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한국형 전투기인 ‘KF-21 보라매’ 1호기 출고식이 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공장에서 열렸다. 2026년까지 모든 시험 단계를 마치면 한국은 자체 기술로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세계 여덟 번째 국가가 된다.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은 최초의 국산 전투기라는 상징적 차원을 넘어 국내 일자리 창출과 산업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9일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KF-21 시제 1호기의 국산화율은 65%다.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통합 전자전 체계 등 주요 장비가 국산화됐다. 통상 전투기의 핵심 장비는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획득·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재머) 등이다. 미국이 2015년 4월 KF-21 개발에 필수적인 이들 4개 핵심 장비의 기술 이전 불가 방침을 통보하면서 KF-21 개발사업은 어려움을 겪었다.방사청은 결국 국내 방산업체와 협력해 핵심 부품을 독자 개발하기로 했다. 3만 개가 넘는 세부 부품이 들어가는 KF-21엔 대기업부터 중견기업, 중소기업까지 700개 이상의 국내 업체가 참여했다. 우선 공중과 지상, 해상에 있는 다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AESA 레이더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IRST도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공대공 표적에서 나오는 적외선 신호를 탐지·추적하는 장비다. 공중과 지상에 있는 표적을 탐지·추적하는 데 쓰이는 EO TGP도 한화시스템의 작품이다. RF 재머가 포함된 통합전자전 장비는 LIG넥스원이 개발했다. 위협 레이더 신호를 탐지·교란하고 플레어탄을 쏘는 장비다. AESA 레이더의 국산화율은 89%, 통합전자전 장비 국산화율은 77%에 달한다. KF-21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국산화를 추진할 예정이다.경제적 파급 효과도 막대하다. 무기체계연구원이 2017년 수행한 ‘KF-X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 연구용역’에 따르면 사업이 지속되는 2028년까지 생산 유발 효과는 24조4000억원에 달한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5조9000억원, 기술적 파급 효과는 49조5000억원, 취업 유발 효과는 11만 명으로 예상된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용 창출 규모도 1만1854명에 달했다.KF-21 개발을 계기로 민수를 넘어 군수 항공정비(MRO) 시장도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F-21이 전력화되는 2026년 이후 수출이 본격화되면 KAI가 주도하는 MRO 시장도 동시에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과 KAI는 개발이 끝나고 양산에 착수하면 공군 납품 물량을 제외하고도 인도네시아 등을 비롯해 300~500대 정도의 수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