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조정 기준 지켜야…5인이상 모임금지도 특효약 아니다"
"4차 유행 이미 시작, 숨은 감염 많아…시설별 방역조치 강화해야"
전문가들 "불충분한 조치, 확진자 늘것…3차유행 대책 실수 반복"
정부가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대신 특정 지역의 유흥시설에 대해서만 집합금지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우려를 목소리를 냈다.

지역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조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해 3차 대유행 초기 당시 신규 확진자 수가 거리두기 단계 격상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일부 시설에 대해서만 '핀셋' 조치를 강화하는 데 그치는 바람에 확산세를 막지 못했는데 또다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현행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전국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내달 2일까지 3주 연장하는 동시에 수도권과 부산의 유흥주점에 대해서는 내주부터 영업정지를 뜻하는 집합금지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의 노래연습장, 헬스장,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은 당분간 현행대로 오후 10시까지로 유지하되 감염확산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오후 9시로 앞당기기로 했다.

다음은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등 전문가 3인의 상황 진단과 제언을 정리한 것이다.

전문가들 "불충분한 조치, 확진자 늘것…3차유행 대책 실수 반복"
◇ 김우주 교수 "거리두기 조정 기준 지켜야…5인 모임금지도 특효약 아니다"
지난해 3차 유행의 초입 때를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부는 당시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대신 '핀셋 방역'이라며 일부 시설에 대해서만 방역조치를 강화했다.

그때는 오히려 자영업자들이 나서서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고 '굵고 짧게 끝내자'고 했는데 정부가 버티고 버티다가 피해가 커지고 중환자 병상은 부족해졌고 요양병원에서는 사망자가 속출했었다.

지금 조치는 당시 상황에서 취한 조치를 되풀이하는 것 같다.

현 조치는 분명히 불충분하고, 확진자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다.

정부가 거리두기 조정 기준을 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확진자가 느는 추세가 완연하고, 지금처럼 지역발생 신규 확진자 수가 400∼500명 이상이면 '2.5단계' 범위다.

다시 지난해 상황을 보면 정부가 뒤늦게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취했고 이 조치가 당시에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도 이제는 4개월 가까이 연장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고 본다.

'극약 처방'은 필요할 때만 쓰고 끝내야 한다.

계속 연장하다 보면 정작 필요할 때, 확진자가 1천명 이상일 때는 효과가 안 난다.

◇ 정재훈 교수 "정부, 3차 유행의 대책오류 반복…단기적 이익 급급"
지난해 3차 유행으로 갈 때의 대책 오류를 정부가 반복하고 있다.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서 장기적인 이익을 못 보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한다는 게 일치된 의견이다.

그런데 이런 결론이 나왔다는 것은 방역이 아닌 '다른 쪽' 분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지기 싫어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수도권 노래연습장·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언제든지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앞당길 수 있다고 공표했으나, 이는 의미 없는 말이다.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는 것보다 실천력 회복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국민들에게 '잘 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방역에서 정부의 역할은 국민들이 지치고 힘들 때 돕는 것이다.

거리두기에도 자영업자 등에 대한 보상·지원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미비하다.

그런 상태에서 국민들에게 열심히 하라고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문가들 "불충분한 조치, 확진자 늘것…3차유행 대책 실수 반복"
◇ 천은미 교수 "4차 유행 이미 시작, 숨은 감염 많아…시설별 방역 강화해야"
앞선 3차 유행과 비교하면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된 상황이다.

당시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이어졌지만, 지금은 비수도권까지 전국적 범위로 확산하고 있다.

확진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감염 재생산지수'도 1을 넘은 상태이고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 수를 계산한 양성률 역시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양성률이 서서히 높아지면서 이미 '4차 유행'은 시작된 상황이다.

더군다나 해외유입 변이 바이러스의 활동도 심상치 않은 상황인데 3차 유행땐 갑자기 확진자 숫자가 늘면서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방역에 임했지만, 지금은 국민적 피로도가 높다.

그간 2주씩 방역 조처를 연장해오다가 이번에 3주로 늘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점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은 도처에 있는 무증상·경증 환자를 빨리 찾아내고 조기에 진단,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빠른 시간 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 키트'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또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집단감염이 잇따른 시설별 방역 대책을 강화해 진정한 형태의 '핀셋 방역'을 시행해야 한다.

예컨대 식당에서는 테이블 간 거리를 띄우고 칸막이는 반드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유흥업소의 경우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가 확진자가 나오면 강력하게 영업 제재를 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