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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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0%포인트 가량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리고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마저 겹치면서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폈다는 해석이 많다. 선거 결과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고 민주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했다.

지난해 치뤄졌던 총선과 올해 서울시장 선거를 비교해보면 지난 1년 간 민심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서울의 모든 자치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해 대비 하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올랐다.

특히 강남구와 성동구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구는 민주당 지지율 하락률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률 분야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강남구는 본래 보수 텃밭이긴 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18%포인트 넘게 하락한 동시에 국민의힘 지지율은 19%포인트 넘게 올랐다. 성동구는 지난 총선까지만해도 여당이 우세한 지역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16%포인트 넘게 급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19%포인트 급등했다.

민심 가장 크게 바뀐 곳은 강남·성동구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변화. 1년간 전 자치구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전체 지지율이 13.8%포인트(P)가 하락했다.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강남구(-18.3%P), 성북구(-16.6%P), 성동구(-16.4%P), 종로구(-16.3%P), 송파구(-15.2%P) 순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변화. 1년간 전 자치구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전체 지지율이 13.8%포인트(P)가 하락했다.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강남구(-18.3%P), 성북구(-16.6%P), 성동구(-16.4%P), 종로구(-16.3%P), 송파구(-15.2%P) 순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서울시 국민의힘(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지지율 변화. 1년간 전 자치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한 가운데, 전체 지지율은 16.7%포인트(P) 상승했다.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관악구(32.2%P), 영등포구(20.0%P), 강남구·성동구(각 19.3%P), 금천구·성북구(각 16.7%P) 순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서울시 국민의힘(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지지율 변화. 1년간 전 자치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한 가운데, 전체 지지율은 16.7%포인트(P) 상승했다.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관악구(32.2%P), 영등포구(20.0%P), 강남구·성동구(각 19.3%P), 금천구·성북구(각 16.7%P) 순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9일 한경닷컴이 지난해 21대 국회의원선거(갑·을·병 등 선거구 합산)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서울 25개 자치구별 지지율 변화를 살펴본 결과, 민주당의 전체 지지율은 13.8%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16.7%포인트 상승했다. 서울에 있는 모든 자치구에서 여당 지지율은 일제히 하락하고, 제1야당 지지율은 모두 올랐다.

이중 가장 크게 민심이 변화한 곳은 강남구와 성동구로 파악된다. 이 두 자치구는 민주당 지지율 하락률 및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률이 동시에 상위 5위권에 각각 포함됐다.

강남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년 대비 18.3%포인트 빠지며 가장 많이 하락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년 대비 19.3%포인트로 상승해 세번째로 많이 올랐다. 이에 따라 이번 보궐선거에서 강남구의 민주당 지지율은 24.3%로 자치구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73.5%로 가장 높았다. 강남구는 서초구와 함께 민주당 지지율은 20%대, 국민의힘 지지율은 70%대를 기록한 자치구였다.

강남구 다음으로 민심이 급변한 곳은 성동구다. 성동구의 민주당 지지율은 전년 대비 16.4%포인트 하락하며 강남구·성북구에 이어 세번째로 가장 많이 빠졌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강남구와 동률인 19.3%포인트 올라 관악구·영등포구에 이어 세번째로 많이 상승했다.

성동구는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한국감정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성동구의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지난 4년간 85.3% 올라 서울에서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성동구의 평균 실거래가 금액은 10억 7800만원으로, 상당수의 아파트가 종부세 대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성동구는 2030세대가 집중된 곳이라는 특징도 있다. 작년말 주민등록지 기준으로 성동구의 2030세대 비중은 32.0%로 서울 자치구 중 7번째로 높았다. LH 사태 등으로 촉발된 불공정 논란 속에 성동구의 젊은 층도 이번 선거에서 대거 투표장으로 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30 가장 많은 관악구서 野 지지율 32.2%P↑

등락률 순위를 보면,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가장 많이 하락한 자치구는 강남구에 이어 성북구(-16.6%포인트), 성동구(-16.4%포인트), 종로구(-16.3%포인트), 송파구(-15.2%포인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하위권에는 금천구(-4.2%포인트), 관악구(-7.9%포인트), 도봉구(-10.5%포인트), 구로구(-10.9%포인트), 중구(-11.4%포인트) 등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관악구(32.2%포인트)다. 관악구는 주민등록지 기준으로 2030세대 비중이 39.5%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여당에 실망한 젊은 층이 '분노의 표'를 던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지난해 총선에서 관악구갑 미래통합당 후보가 제명돼 후보 등록이 무효화됐던 것도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증하는데 한몫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영등포구(20.0%포인트), 강남구·성동구(19.3%포인트), 금천구·성북구(16.7%포인트) 등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 가장 덜 오른 곳은 중구(10%포인트), 도봉구(11.7%포인트), 광진구(12.9%포인트), 동작구(13.2%포인트), 서초구(13.8%포인트) 순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