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운데)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 후보 오른쪽), 정진석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4·7재보선 출구조사 결과를 바라보며 손을 잡고 있다. 2021.4.7/뉴스1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운데)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 후보 오른쪽), 정진석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4·7재보선 출구조사 결과를 바라보며 손을 잡고 있다. 2021.4.7/뉴스1
7일 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모두 승리가 유력한 야권이 "성난 민심이 위선과 무능의 정권을 심판했다"며 잇따라 소감을 밝혔다.

"서울서 11년 만에 민주당 꺾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서울시민과 부산시민이 오만한 정권을 무릎 꿇렸다"며 "서울에서는 11년 만에 우리 당이 민주당을 꺾었다. 우리 당으로서는 숙원을 풀었지만 해일 같은 민심 앞에 두려울 따름"이라고 자평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탄핵 대선 이후 4년 만에 이겨보는 눈물겨운 승리"라며 "김종인, 주호영 두 분 야권 지도자들께서도 참으로 수고하셨다. 안철수 대표에게도 감사드린다. 도와주신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던 오신환 전 의원은 "국민은 현명하고 민심은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다. 감격과 함께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10·20 등 청년층 지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0·20·30 나의 동지들 사랑하고 감사한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 평생토록 보답하겠다"고 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를 지지해준 10·20·30 여러분 감사하다. 마음껏 꿈을 펼칠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선거 결과에 기쁨을 표하면서도 지나치게 들뜬 분위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얼마 만의 승리냐. 그것도 이렇게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한 선거는 10년도 훨씬 전의 일"이라면서도 "매서운 민심 앞에 깨닫게 되는 진리는, 항상 국민 앞에 겸허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은 여당에게 뜨거운 회초리를 들었지만, 야당에게는 기회를 주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 직후 퇴임하기로 한 것을 상기시키며 "당에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 과정이 자칫 자리 싸움, 세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진영의 고질병인 적전분열 자중지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범야권의 진지로 변모해야 한다. 안철수·윤석열·홍준표·유승민 모두를 끌어안고 내년 3월의 대회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환호작약하지 않겠다. 다시 신발 끈을 조이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중심 '빅텐트' 속도낼 듯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궐선거 방송사출구조사 발표가 앞서자 환호하고 있다. 2021.4.7/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궐선거 방송사출구조사 발표가 앞서자 환호하고 있다. 2021.4.7/뉴스1
이번 선거로 국민의힘은 향후 야권 통합과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에 대승을 거둔 만큼 국민의힘이 갖는 통합의 구심력도 극대화될 전망이다.

당장 국민의당과 통합이 탄력을 받게 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두 당의 통합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안 대표의 제안을 반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형태를 원하지만, 국민의당은 단일화 효과에 대한 일정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합당 과정에 진통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야권에서 독보적 지지율을 보이는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느냐, 제3지대에 머무르느냐에 따라 야권 재편의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궁극적으로 윤석열 전 총장이 대권에 도전하려면 자금력과 조직을 갖춘 제1야당에 몸담을 수밖에 없다고 보지만, 퇴임한 지 이제 한 달여가 지난 윤석열 전 총장 입장에선 아무런 준비 없이 정계를 노크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일단 재보선 승리 여세를 몰아 전당대회로 전열 재정비에 나설 전망. 궁극적 목표인 '정권 교체'를 준비하려면 차기 지도부를 조속히 세워야 한다는 차원이다. 국민의힘은 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퇴임 직후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의총에서는 차기 지도부 구성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