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차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우리 선거사에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 2016년 민주당의 총선 승리에 이어 진영을 넘나들며 선거사령탑으로서 세운 3번째 대기록이다.

특히 이번 재보선 승리는 탄핵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보수정당을 1년 만에 일으켜 세운 것이기에 극적인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위원장은 첫 일성으로 '탈이념'과 '빵먹을 자유'를 외치며 과감한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경제민주화 색채로 정강·정책을 만들었고, 기본소득 이슈를 선점했다.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강경 보수 세력의 거센 저항 속에서 광주를 찾아 5·18 영령들 앞에 무릎을 꿇는가 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죄를 감행했다.

그의 전략적 마인드는 이번 재보선 국면에서 다시 위력을 떨쳤다.

먼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거리를 두면서 국민의힘 당내 경선으로 이목을 끌어모았다.

경선에서 이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상승세를 타자, 이번에는 안 대표와의 단일화 힘겨루기에서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아 허를 찔렀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결승보다 더 어려웠던 준결승이었다.

후보조차 내지 못해 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던 순간을 돌파한 것은 김 위원장의 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승리로 '김종인 재추대론'이 나오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작다.

김 위원장은 예고했던 대로 8일 직을 내려놓는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거가 끝나면 일단 정치권에서 좀 떠나 있겠다"고 거듭 밝혔다.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 휴식을 취하면서 여의도에는 발길을 끊을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의힘도 김 위원장 퇴임 이후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간다.

전대로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김 위원장이 당에서 역할을 할 공간은 무척 좁아진다.

오히려 김 위원장의 공간은 당 밖에서 열릴 수 있다.

바로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윤석열 가교론'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을 잡아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만들거나 대선무대로 끌어올리는데 적임자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더러 "별의 순간을 잘 포착했다"고 호평한 바 있다.

두 사람이 직접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한때 김 위원장이 간접적으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과 별개로 국민의힘이 재보선 승리에 취해 구태를 답습하거나, 정권교체 전망이 다시 어두워질 경우 김 위원장의 조기 재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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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