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제3후보' 부상도 당분간 어려울 듯

민주당의 참패가 예상되는 4·7 재보궐선거 결과가 여권의 기존 대권 지형에 격변을 일으킬 전망이다.

당장 선거 전면에 나섰던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당 대표 시절 귀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당헌·당규를 고쳐가면서까지 재보선 후보 공천을 감행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데다 곧바로 여당 대표로 자리를 옮겨 국정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궤를 같이하기도 했다.

부동산 실정을 비롯해 현 정부의 공과를 직접적으로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대표직에서 중도 하차하고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전을 지휘한 만큼 이에 따른 정치적 내상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내상, 이재명도 불안…與, 차기구도 어디로?
이 위원장은 물론이고 여권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진영도 힘이 빠지게 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통화에서 "친문은 이번 선거에 이거야 제3의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라며 "설령 제3의 후보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세를 형성할 동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3의 후보로는 이달 중 사퇴가 예상되는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반면 현직 지자체장으로 선거운동에 나설 수 없어 재보선 이슈와 다소 거리를 뒀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상대적으로 책임론에서 자유롭다.

이에 따라 차기 경쟁 구도에서 이 위원장이 '한자릿수'로 미끄러지면서 이 지사가 단독 선두를 달리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낙연 내상, 이재명도 불안…與, 차기구도 어디로?
대선 후보 경선까지 약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이 지사를 넘어설 다른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지사로 당내 무게추가 기울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지만,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경우엔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도 노려볼 만하다.

문제는 이번 재보선 결과에서 보듯, 재정풀기와 증세 등 '진보적' 경제 기조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피로도가 갈수록 커지고 특히 대권의 방향타인 중도층의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소득을 대선 브랜드로 내세운 이 지사로선 그간의 노선에 대한 변경 내지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친문 주류 등 '집토끼' 잡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그야말로 양날의 칼 위에 서 있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여권에서는 이 지사가 중도의 표심을 얻어 지지율 30% 대의 안정적 독주 체제를 갖추지 못한다면 이 위원장과 정 총리 등 후위 그룹의 추격에 시달리는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