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낙연 '추락'에 이재명 '원톱 굳히기'…野 윤석열 대권행보 '시동'
4·7 재·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은 대선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게 됐다. 내년 3월 선거를 1년 남짓 앞두고 여야 잠룡들이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업무를 끝내고 오롯이 ‘대선의 시간’을 맞이한다. 이 전 대표로서는 한 자릿수까지 추락한 지지율을 반전시킬 모멘텀(계기)이 절박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 지지율은 7%로,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공동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율(23%)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궐선거를 어렵게 치른 것에 대해 이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다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으로 인해 이 전 대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재·보궐선거 기간에도 대선 준비를 병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8일에는 낙승이 예상되는 전라남도의원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서울, 부산을 제쳐두고 고흥, 순천을 방문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 반전을 노린 ‘텃밭 다지기’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 지사는 이번 재·보궐선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채 향후 대선 준비에 임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선거 중립 의무가 있어 재·보궐선거에서 이렇다 할 관여를 할 수도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재·보궐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이 지사의 대선주자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지면 여권에서 이 전 대표의 몰락이 가속화하면서 이 지사가 더욱 부상할 것이고, 선거에서 이기면 여권 주자로서의 승리 확률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이 지사와 식사를 같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이 지사로 균형추가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조만간 사의를 밝히고 본격적으로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현재 1~2%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로 인해 정 총리의 입지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도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만에 하나 무죄를 받으면 대선주자로 치고 올라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통해 퇴임 후 첫 공개 일정에 나섰다. 현장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투표 계획을 미리 언론에 알리며 이목을 집중시킨 것 자체가 사실상 대권 행보를 시작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제3지대에서 독자세력을 구축할지, 국민의힘으로 입당할지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뉴미디어본부장은 7일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전망에 대해 “(윤 전 총장이) 야권과 함께할 수 있는 타이밍은 선거 몇 달 뒤에 있을 정계 개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물러난 뒤 윤 전 총장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이 커질 전망이다. 안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매일같이 지원 유세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안 대표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본격적으로 몸풀기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