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북한 인권 침해와 학대에 관한 정보를 기록하고 보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 인권 기록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법이 시행된지 4년이 지나도록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를 미루고 있는 한국 정부와 상반된 조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서도 인권을 강조하고 나서며 북한 주민 인권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한국과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우리는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인권 침해와 학대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보존하며,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을 늘리고, 북한의 인권 존중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제재가 유엔에 의해 금지된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런 프로그램은 “주변국, 그리고 더 넓게는 국제사회를 위협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기록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인권을 중심에 놓겠다고 공언해온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주민들에 대한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향후 처벌 증거로까지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독일 통일 전 서독 정부는 1961년 동독 정부가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려는 주민들에게 발포 명령을 내리자 법무부 산하에 ‘잘츠기터 중앙범죄기록보존소’를 세우고 29년 간 4만1390건의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해 보존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북한인권재단 설치를 의무화한 북한인권법이 2016년 시행됐지만 5년 간 두 기관은 설치되지 않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3년간 기록 과정들이 내부 자료로는 충분히 보고서를 작성해놓은 상태지만 공개적으로 (기록물을) 발간하는 것에 관해서 더 고려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기록이 실제인지 일방적인 (탈북자의) 의사를 기록한 것인지 아직 확인·검증 과정이 부족하다”고 말해 논란이 빚어졌다. 탈북민들은 같은달 이 장관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단됐던 북한인권특사를 4년만에 재임명할 전망이다. 국무부는 지난 2월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북한의 지독한 인권 기록과 폐쇄된 북한 내 인권 존중을 촉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