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면서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별도 심의·처벌 기준을 두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에게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 처벌은 느슨하게 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지도부는 공무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적용 대상에 입법·사법·행정부 공무원, 공공기관, 공립학교 교직원 등을 포함시키되 국회의원은 국회법을 개정해 관련 내용을 반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정무위원회가, 국회법 개정안은 운영위원회가 논의한다.

운영위는 최근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사적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과 재산사항 등을 등록하고, 안건 심사와 국정감사 등 입법 관련 업무에서 사적 이해관계자를 회피·기피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 위반 심의와 징계는 국회의장 산하 자문기구인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해 맡기기로 했다. 직무상 비밀 이용 금지 조항과 이를 위반했을 때의 형사처벌 규정은 국회법 개정안엔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해충돌 여부를 국회가 자체 심의하고 ‘셀프 징계’한다면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 들어 제출된 12건의 징계안은 모두 계류돼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4년간 47건의 징계안이 올라왔지만 징계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