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들 "박영선 팬"…20·30은 "文정부가 갈등 부추긴다"
강남에선 '정권 심판론' 팽배…"오세훈 별로여도 민주당 못믿어"
[재보선 D-7] 부동산에 분노한 서울 민심…"여당 사기꾼", "야당 도둑놈"
"집없는 사람 생각은 다 똑같잖아, 이거는 피부에 와닿는 문제 아니야?"
"부동산이 제일 문제죠. 집 있다고 세금을 무시무시하게 때리는데."
4·7 재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서울의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연합뉴스가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로·광진·강남구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서울시장으로 누구를 뽑을지에 앞서 따져야 할 이슈로 하나같이 '부동산'을 꼽았다.

점심 무렵 남구로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59·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이어 쏟아진 여야 후보들의 부동산 의혹부터 입에 올렸다.

그는 "오세훈은 내곡동에 뭐가 있다고 하고, 박영선은 도쿄 아파트가 터지지 않았나"라며 "다 똑같아 보인다"라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난 사실 박영선 팬이다.

상황을 잘 정리하면 몰표를 받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재보선 D-7] 부동산에 분노한 서울 민심…"여당 사기꾼", "야당 도둑놈"
재래시장 곳곳에서는 구로을 지역구에서 4선 국회의원이 됐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이가 눈에 띄었다.

생선 좌판 뒤에 쭈그려 앉아 돈까스로 요기를 하던 남성이 기자에게 "여기 사람들은 다 박영선 찍을 것"이라고 말하자, 옆에서 대화를 듣던 상인이 대뜸 "우리는 무조건 박영선이다.

민주번이 두번, 세번 더 대통령 해야 한다"고 거들기도 했다.

야채장수 송모(66·남)씨는 "내곡동 땅 보고 말하는 건데, 야당 후보는 도선생에 가까워. 도둑놈이라고 봐야 해"라며 "박영선은 사람이 괜찮다.

재개발을 해도 여당 후보가 힘있게 할 것"라고 말했다.

그는 "파 장사만 30년을 했는데, 이쪽이 장사하기가 젤 좋아"라더니 사전투표도 꼭 할 생각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홍대입구 일대에서 마주친 20·30 세대들에게서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됐다.

마포평생학습관 앞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던 백팩 차림의 한 여자 대학생은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옆 공사장에 붙어있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선거벽보를 가리켰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본인들만 얻을 것을 다 얻고, 정책은 불투명하다고 느낀다"며 "사기꾼들 같다"고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직장인 이모(31·남)씨도 "오세훈이 사회 전환 작업을 빠르게 할 것 같지 않나"라며 "솔직히 여당에 감정이 안좋다.

집을 사야 결혼도 할텐데, 집값이 비싸져서 상실감이 있다"고 말했다.

[재보선 D-7] 부동산에 분노한 서울 민심…"여당 사기꾼", "야당 도둑놈"
'걷고싶은거리'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던 아르바이트생 배모(26·남)씨는 "부동산은 잘 모른다"면서도 "오세훈이 지난번 시장 할 때 잘 하지 않았나.

박영선 찍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복학생 이모(26·남)씨가 "집권당 찍어주기 싫다.

조국 사태도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젊은 남성에 대한 정책이 없고 성별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하자 곁에 있던 친구 하모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이 지역 핵심 이슈인 강남권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더 팽배했다.

대치동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51·남)는 "정부가 세금을 무시무시하게 때린다.

이제 종부세는 부의 기준이 아니라, 종부세를 안내면 빈민 취급을 받는다"며 "여기 강남 3구는 내년 대선이랑 지방선거도 벼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박 후보의 재건축 추진 및 층고제한 해제 공약에 대해서도 "박원순이 재건축 심의를 보류해놔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나.

민주당은 못믿는다"고 잘랐다.

저녁 무렵 은마아파트로 귀가 중이던 한 70대 남성은 "정치가 개판이다.

저 옆에 대치팰리스에는 보유세를 천만원씩 물린다는데, 다 원상복구해놔야 한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오세훈도 정책은 별 게 없어보인다"면서도 "박영선이 급한지 10만원씩 주겠다고 하던데, 한달도 못 쓸거 안받고 만다"고 말했다.

다만 대치역 주변 주차장에서 차에 짐을 싣던 김모(66·여)씨는 "아이들 밥주는 문제로 사퇴한 오세훈을 어떻게 믿나"라며 "박영선이 중소기업 정책 잘 할 사람이다.

사회가 바뀌는 쪽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15분이 넘도록 열변을 토했다.

[재보선 D-7] 부동산에 분노한 서울 민심…"여당 사기꾼", "야당 도둑놈"
오 후보가 지난 총선 민주당 고민정 의원에게 패배한 광진구 일대에서는 표심이 엇갈렸다.

구의3동에서 통장을 맡았다는 한 40대는 "박영선이 같은 여자이기도 한데다, 아나운서 할 때부터 믿음이 갔다"고 말했지만, 광진구청역 뒷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40대 남성은 "야당이 여당돼서 몇년을 지냈는데, 변한게 없는 것 같다.

'고민되면 야당 찍자'는 얘기를 듣는다"고 전했다.

비닐봉투를 한 손에 들고 선거벽보를 유심히 살피던 한 50대 남성은 "1번은 기운이 없어 보이고, 2번은 거짓말쟁이다.

1년짜리 시장을 그렇게들 하고 싶나"라며 "이번에는 허경영 찍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