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담화 수위·빈도 높아질 듯…당내 서열 1∼2위 부서 오가며 '역량 키우기'
선전선동부 옮긴 김여정, 대남·대미비난 쏟아내는 '북한의 입'(종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이 30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현재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책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부장은 당초 2019년 말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에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시 선전선동부로 복귀한 것이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지난 1월 8차 당대회 직후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직급이 강등되는 과정에서 부서도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여러 소스를 통해 김여정이 선전선동부 담당인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북한매체를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사실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는 여느 사회주의국가와 마찬가지로 김정은 체제를 수호하는 노동당의 양대 핵심부서여서 '로열패밀리' 김여정의 위상을 보여준다.

특히 간부·당원 통제와 인사권을 가진 서열 1위 부서 조직지도부 근무는 김 부부장의 지위에 무게가 있었다면, 선전선동부 이동은 그의 실질적인 역할을 중시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8차 당 대회에서 대외적으로 남한과 미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채택하고 내부적으로는 자력갱생과 주민 결속에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대내외적으로 체제 선전과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을 담당한 선전선동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더욱이 북한이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무기 시험 등 무력시위를 계속할 의지를 밝히는 상황에서 그가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담은 입장을 천명하는 데서 선전선동부라는 부서가 더 적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김 부부장은 향후 남북·북미 갈등 국면에서 각종 담화를 통해 한미 당국을 비난 반박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김정은 입'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전선동부 옮긴 김여정, 대남·대미비난 쏟아내는 '북한의 입'(종합)
실제로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산 앵무새', '뻔뻔스러움', '자가당착', '철면피함' 등 거친 언사를 동원해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발언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앞서 지난 1월 13일 열병식 관측과 관련한 대남 비난 담화로 포문을 열었고, 이달 16일에도 담화를 발표해 한미연합훈련 진행을 이유로 남북 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등을 거론하며 으름장을 놨다.

미국을 향해서도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경고를 빼먹지 않았다.

당대회에서 공식 지위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낮아졌지만, 대외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며 김 위원장의 오른팔로 여전한 위상을 과시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거쳐 2017년 제1부부장으로 일하면서 이듬해 평창동계올림픽 등 대남사업을 총괄하며 남북 화해 무드의 '전령' 역할을 해왔다.

반면 지난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대남 비난 담화를 쏟아내는가 하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이끌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