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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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 '뻔뻔스러움', '자가당착' 등의 비유까지 동원하면서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한 연설과 지난해 7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최첨단 전략 무기들을 살펴보면서 한 발언에 대해 거친 말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국민 여러분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부부장은 "며칠 전의 기념사와 너무나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순된 '연설'"이라며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자가당착이라고 해야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까"라며 조롱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 직접적으로 불쾌함을 표현했다. 그는 "나는 분계선 너머 남녘땅에서 울려나오는 잡다한 소리들에 접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연해짐을 금할 수 없다"면서 "특히 '남조선 집권자'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에 대해 뭐라고 할 때가 더욱 그렇다"라며 했다.

그러면서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 해줘도 노엽지 않을 것"이라며 수위를 높였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 명의로 발표했다. 선전선동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직접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 16일 한미연합훈련 관련 담화에서도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남북 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등 남북관계 파국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준비돼있다고 했는데 여기에 김 위원장과 만나는 것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바이든)의 접근방식은 상당히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리고 그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상응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의 외교적 해법이 있다고도 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