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블링컨 다녀가자마자 중국행…중국, 한미 밀착 견제하나
내주 중국서 한중외교장관 회담할 듯…외교부 "방중 긴밀 소통"
한국과 중국 정부가 내주 중국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주요 동맹인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상황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한국에 어떤 요구를 할지 주목된다.

외교가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내주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앞서 왕 부장은 지난달 16일 정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한 통화에서 초청의사를 밝혔으며, 이후 양측은 구체적인 방문 시기 등에 대해 협의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한중 양측은 정 장관의 방중과 관련해 긴밀히 소통해 오고 있으며,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회담 일정이나 의제, 회담 장소에 대해서도 "양측은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회담이 성사되면 양측은 북핵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한 양자 협력, 국제 정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인권, 기술, 무역 등 여러 영역에서 충돌하는 미중관계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한국을 방문해 중국이 민주주의와 인권 등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에 도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미가 중국에 맞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연일 발신했다.

블링컨 장관은 방한 직후 미국 알래스카에서 중국 측과 난타전을 벌였으며, 그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도 중국 정부가 취한 일부 조처에 깊은 우려를 표현했다고 말했다가 왕이 부장으로부터 "미국만의 시각이 아닌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측은 정 장관 방중을 계기로 한국이 미국과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모종의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또 왕이 부장의 초청이 블링컨 방한 전에 이뤄지긴 했지만, 블링컨 장관이 다녀가자마자 방중이 이뤄지면서 마치 중국이 정 장관을 불러 경고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