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부터 바이든까지…짧게는 3주, 길게는 3달 안에 미사일·핵실험 단행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2개월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역대 미 대통령 집권 초기 벌여온 무력 도발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北, 미 행정부 집권초마다 핵·미사일 위협…무력시위로 존재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역사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린턴 대통령이 1993년 1월 취임한 지 2개월 만인 같은 해 3월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북한은 탈퇴 성명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특별사찰이 '미국이 이미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이는 집단 제재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2001년 당시에는 오락가락하는 북미관계 속에 설전만 벌였지만, 2005년 재집권하자 북한은 곧바로 2월에 핵무기 제조와 보유를 최초로 공식 선언하고 6자회담 참가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에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위협에 나섰다.

북한은 2009년 4월에 자체개발한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장거리 로켓 '은하 2호'에 실어 발사했다.

인공위성 운반용 로켓이라고는 했지만,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은 기술적인 면에서 매우 유사해 상호전환이 가능하다.

5월에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의장성명에 반발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약 한 달 만의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대권을 잡은 지 한 달 만인 2013년 2월에 또다시 3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북한이 잠깐의 관망도 없이 곧장 무력 도발에 나선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약 3주만인 2017년 2월 12일 북한은 무수단급(사거리 3천∼3천500㎞ 이상) 개량형 추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역대 최대규모로 추정되는 50㏏(1㏏=TNT 1천t)급 6차 핵실험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취임 이틀 뒤인 1월 22일과 이달 21일 각각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이날 탄도미사일까지 쏘아 올렸다.

이처럼 미국의 행정부 출범 초기마다 무력 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북한이 대외정책을 수립 중인 미 새 행정부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북미 대화가 추진되던 2000∼2001년, 북핵 6자회담이 진행되던 2008년에는 별다른 도발 없이 지나갔던 것을 고려하면, 미국의 대북정책이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때 주의를 환기하고 북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활용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北, 미 행정부 집권초마다 핵·미사일 위협…무력시위로 존재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