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 대신 '순항' 미사일…중국 방향으로 발사 후 관련 보도도 안 해
군사력 보여주되 유엔안보리 제재는 준수…美 인권압박에도 판 깨는 도발 자제

북한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인권문제 압박 공세 속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저강도 시위에 나섰다.

그간 숱하게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던 북한이 이번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순항미사일을 택하면서 미국을 향해 메시지는 전달하되 그 수위는 낮춘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화 거부한 채 순항미사일 발사…저강도 시위로 '견제구'
24일 군과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1일 오전 6시 36분께 남포시에서 중국 방향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시험 발사했다.

주목되는 것은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 아닌 단거리 순항미사일이라는 점이다.

탄도미사일은 로켓의 추진력으로 날아가는 미사일로 속도가 빠른데다가 파괴력이 상당해 대륙 간 목표를 공격하는 데 쓰인다.

반면 순항미사일은 자체 힘으로 날아가는 미사일로, 정밀 타격에는 용이하지만, 탄도미사일에 비해 느리다.

유엔 안보리도 대북 결의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만 금지하고 있으며 순항미사일은 대상이 아니다.

이번 미사일의 발사 방향이 미국 쪽인 동해상이 아닌 서해상이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북한은 지난해 4월에도 단거리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했으나, 당시에는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번에는 단거리 미사일임에도 아예 방향을 바꿔 중국 쪽을 향했다.

또 북한은 21일 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어떤 매체에서 관련 보도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이 같은 점을 미뤄볼 때 이번 미사일 발사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수립 이후 북한의 첫 '무력시위'이기는 하지만, 여러 면에서 '저강도'라는 점은 뚜렷해 보인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8∼18일)과 한미 '2+2'회담(17∼19일) 진행으로 쌓인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수위를 조절한 셈이다.

또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군사력 강화를 천명한 만큼 이번 미사일 발사는 이런 기조의 재확인으로도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핵 무력을 포함해 군사력 강화 기조를 발표했기에 어떤 식으로든 무기 개발은 하되 미국을 의식해 수위 조절을 한 것"이라며 "미국이 계속 인권을 무기로 말 폭탄을 쏟아내고 압박을 하는데 일종의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대화 거부한 채 순항미사일 발사…저강도 시위로 '견제구'
북한이 저강도 시위를 했다고 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이 적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여러 차례 접촉 시도를 무시한 채 외교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통 우방국인 중국을 비롯해 사회주의 국가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8일 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 북미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특히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방한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대립각을 세운 이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구두친서를 보내 북중 밀착을 과시했다.

북한의 입장을 반영하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중 정상의 구두친서 교환과 관련, "대립 구도가 첨예화될수록 공동의 이상과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공동전선은 강화된다"며 북미 및 미중 갈등 속에서 북중간 '협동'이 강화될 것임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 이어 정통 사회주의국가들인 쿠바, 베트남, 라오스 최고지도자들에게도 이례적으로 구두친서를 보내 협력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와 협력은 결국 북한 입장에서는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는 고육지책"이라며 "꼭 미국에 대항하는 전선이라는 펴는 것이라기보다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